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통일교 사이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2~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법원이 권 의원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것은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의미다. 한 법조인은 "사법부가 공여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증거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통일교와 국민의힘 일부 의원 간 유착 의혹을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일기장에서 '큰 거 1장 서포트(support)' '권성동 오찬' 메모와 그가 권 의원에게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고 보낸 문자메시지, 그의 부인이자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인 이모씨 휴대폰에 저장된 현금 사진(권 의원 면담 직전 촬영)을 확보했다.

이번 구속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개입'과 '불법 쪼개기 후원' 등 난항을 겪던 국민의힘과 통일교 사이 유착 의혹 수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통일교가 교단의 이익을 국정에 반영시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도부에 로비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권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에도 "정치권력과 종교단체가 결탁해 국정을 농단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개입 의혹은 2023년 3월 치러진 당 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통일교가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대거 입당시켰다는 내용이다. 쪼개기 후원 의혹은 통일교 신도들이 20대 대선을 전후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에게 법정 최고 한도까지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했다는 내용이다. 대상은 권 의원과 윤한홍 의원, 장제원·박성중·권명호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 수사는 잠시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다. 당원 명부와 통일교 신도 명단을 대조하기 위해 특검팀이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가 당의 반발로 무산되면서다. 이후 영장의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법조계에서는 권 의원의 구속을 계기로 특검팀이 조만간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권 의원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관련 수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며 "특검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된 만큼 국민의힘이 앞으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아설 명분이 크게 약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팀 관계자도 영장 재청구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수사는 윤 전 대통령과 특별하게 가까운 전·현직 의원들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안 사건에 정통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의 다음 목표는 윤핵관"이라고 했다. 이들은 최소 한 차례라도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여 정도에 따라 대상자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