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경기도 수원에 사는 민모씨(28)는 13일 오후 고향인 경북 경주에 자가용으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부모님이 오지 말라고 만류했다.

민씨는 "여진이 계속 생기고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 아예 부모님이 수원으로 올라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한반도 역대 최대 지진으로 명절 귀성길에 나서려던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지진 발생 지역 근처 경북과 경남 등이 고향인 시민들은 귀성길 기차·버스표 등을 취소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최모씨(28)는 13일 대구행 버스표를 취소했다. 최씨는 "불안하고 무서워 예약한 차표를 어제 바로 취소했다"며 "상황을 보고 추석 당일(15일)에만 잠깐 갔다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가족들과 함께 고향 경주에 내려갈 예정이었던 서울 거주 회사원 박모씨(40)는 "아직 차표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추가로 강한 여진이 발생한다면 귀성을 포기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오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 가족이 명절 '집결지'를 바꾸는 사례도 나왔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이모씨(27)는 이날 오후 예약한 기차표를 취소하고 전북 전주로 행선지를 바꿨다. 모든 가족이 외가 집이 있는 전주에서 모이기로 한 것.

이씨는 "어젯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했는데 그쪽은 진짜 패닉이었다고 들었다"며 "어머니도 울먹거리셨고 아버지도 살면서 이렇게 무섭긴 처음이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초기 대응 혼선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남모씨(36)는 "지진보다 더 못 미더운 건 기상청"이라며 "통일된 하나의 기구에서 정확한 지진규모와 피해 상황, 추후 예보를 알려줘야 하는데 서울과 지방 기상청의 말이 각각 달라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당일 밤 11시쯤 기상청은 "더 큰 지진이나 해일, 여진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반면 대구기상지청은 비슷한 시간 "경주에서 일어난 본진에 이어 여러 차례 여진이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다른 뉘앙스로 밝혔다.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첫 지진 규모도 애초 5.3으로 발표했다가 얼마 안 가 5.1로 정정했다. 이어 두 번째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규모를 5.9로 밝혔다가 5.8로 수정 발표했다.

상당수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단 예정대로 귀향길에 오르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13일 오전 "귀성길 기차표 취소 증감율에 특이사항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첫차부터 모든 열차가 정상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추석을 맞아 13~18일 KTX와 일반열차 운행 횟수를 늘려 4026회(1일 평균 671회) 운행한다. 평소 3683회보다 9.3%(343회) 증편해 귀성·귀경객 306만명을 수송할 계획이다.

귀성 고속버스도 아직까지 예매율에 큰 변화가 없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경부선을 포함한 전국 고속도로 운행 버스의 예매율이 80% 안팎으로 전날과 비슷하다"며 "예매 취소율도 평소 수준으로 지진에 따른 여파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수도권을 빠져나가는 차량은 약 50만대,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약 41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국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평소 주말 수준인 약 462만대로 추산했다.

고속도로 정체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저녁 7~8시에 절정을 보이겠다고 공사는 예상했다. 정체는 밤새 조금씩 감소하다 14일 오전 4시를 전후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은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에 헬기 16대를 배치해 얌체운전과 난폭운전을 집중 단속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강원 등 수도권에 4대 △경기·충북·충남 등 중부권에 4대 △전북·전남·제주 등 호남권에 4대 △부산·경북·경남 등 영남권에 4대를 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