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 이명현 채해병 특별검사 /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한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이 수사에 속도를 내며 압박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각 특검팀은 수사개시 1개월 만에 수백 곳을 압수수색하고 수십 개 의혹과 관련된 참고인·피의자들을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날마다 소환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다.

'한 점의 의혹이라도 나오면 기소할 것'이라는 게 특검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중론인 만큼 특검의 성패는 윤 전대통령 부부의 신병확보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두 사람에게 사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간 연장 없이 일부 특검이 조기종료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수사기간을 채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특검이 일부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조기종료하면 수사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영장청구나 무분별한 수사확대, 정치권의 개입은 모두 특검의 신뢰를 위협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국민이 특검의 수사결론에 납득할 수 있도록 구속·기소 여부뿐 아니라 수사과정 전반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석열 재구속 '성과'…외환·의결방해 수사는 '숙제'3대 특검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외환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검팀'(이하 조특검팀)이다. 조특검팀은 가장 빠른 지난 6월18일 수사를 개시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고인들을 추가 구속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엔 윤 전대통령 재구속에 성공했다. 수사개시 22일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윤 전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신병도 확보했다.

특검팀이 아직 풀지 못한 숙제는 외환 의혹과 국회 의결방해 의혹이다. 외환혐의는 입증이 상당히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검팀은 북한 무인기 의혹과 관련,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외환죄가 아닌 '일반이적죄'를 적용했다. 헌법상 북한을 외국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외국과의 통모'가 기본전제인 외환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불체포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펼쳐야 하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방해 의혹 수사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참고인 조사를 요청하면서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통해 조특검팀의 조사 시도를 '정당해산 시도'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삼부토건·집사게이트 등 동시다발 수사…김건희 여사 연결고리 찾을까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출범 첫 1개월 수사일지(1)/그래픽=이지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출범 첫 1개월 수사일지(2)/그래픽=이지혜

주요 혐의만 13가지를 수사해야 하는 '민중기 특검팀'(이하 민특검팀)은 상대적으로 다급해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민특검팀은 △코바나컨텐츠 협찬 뇌물 △명태균 공천개입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건진법사·통일교 게이트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집사게이트 등 수사 전선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일부 의혹을 입증할 여러 정황도 밝혀냈다. 다만 현재까지 김건희 여사와의 연결고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많다.

법조계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씩 매듭을 짓지 않은 채 여러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파헤치다 자칫 '결정적 한 방' 없이 수사가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특검의 성향 차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판사 출신인 민중기 특검은 돌파형인 조은석 특검과 달리 혐의를 하나씩 쌓아가며 김 여사를 서서히 압박해 확실한 구속을 시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특검팀의 성공 여부는 오는 6일 김 여사 소환조사에 달렸다. 민특검팀은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는데 조사를 앞두고 이날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VIP 격노' 진술·김 여사 비화폰 확보…격노 이후 과정은

채 해병 특검 한 달간의 성과/그래픽=윤선정

채해병 순직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검팀(이하 이특검팀)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을 통해 격노의 실체를 어느 정도 규명했다. 특히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은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질책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특검팀은 격노가 나온 회의 이후 일이 진행된 상황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도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해 김 여사의 비화폰 실물 및 통신기록을 확보했다. 이특검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구명로비 주요 통로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대표는 임 전사단장과 '멋쟁 해병'이라는 이름의 단체대화방에 속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특검팀은 이 전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그를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특검팀은 윤 전대통령 등 주요 피의자들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혐의를 뒷받침할 증거 및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