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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중순 글로벌증시쇼크와 대북 리스크 확대로 코스피지수가 56.25(2.93%) 떨어진 1861.54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안팎의 요인으로 지수·주가의 급등락이 발생하면 해당 지수·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의 헤지운용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 사진=홍봉진기자 |
"국내증시는 변동성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거래시장이 여전히 활성화돼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시장이 급변동할 경우의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ELS(주가연계증권) 위험을 완벽히 헤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ELS 헤지손실 관련 검사에서도 이같은 부분을 충실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황현일 변호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법무실무 전문가를 위한 이브닝카페' 강의에서 "ELS 운용리스크 관련 금융당국 검사의 초점은 헤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손실이 생겼는지, 아니면 불완전한 헤지환경 때문인지에 맞춰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하고 금융감독원, 세종의 변호사들이 강사진으로 나서는 이번 강의는 지난 5월에 이어 9월 하순부터 2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한화투자증권이 상반기 1397억원의 당기순손실(연결재무제표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한 주 이유가 바로 ELS 운용과정에서의 손실 때문이라고 파악되고 있다. 이미 금감원이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ELS 발행규모가 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반기에도 추가로 5~6곳의 증권사에 대한 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LS는 지수·주가와 관련한 일정기간 동안 특정요건이 충족될 경우 약정금액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도록 설계된 파생결합증권으로 대표적인 구조화상품이다. 투자자들에게서 모집된 자금 중 일부는 채권 등 안정형상품에 배분되고 나머지를 옵션·선물·스와프 등 파생상품에 배분된다. 시장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한 방편이다.
시장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헤지운용을 글로벌 IB(투자은행)에 위탁하거나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과거에는 헤지운용을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ELS 발행규모가 커지면서 국내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헤지운용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헤지운용을 잘 하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금액을 제하고도 운용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헤지운용이 항상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투자증권의 적자전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황 변호사는 "헤지의 실패는 운용담당자의 미숙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헤지를 완벽히 수행하기 힘든 현실적인 한계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LS관련 리스크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적 한계로는 우선 변동성 위험을 적절히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라는 점이 꼽힌다. 국내에서도 코스피200지수의 변동성을 추출한 지수(변동성지수)를 활용한 선물상품이 상장돼 있지만 그 거래량은 여전히 미미하다. 주식선물이나 주식옵션의 거래가 부진한 것도 변동성 위험을 완벽히 헤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설령 시장이 성숙한 상태더라도 시장의 급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벽히 헤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ELS 헤지운용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경우 증권사는 델타값(ELS 기초자산의 가격변동 대비 옵션가격의 변동분)에 맞춰 기초자산을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기초자산 가격변동 속도에 따른 감마리스크를 헤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론적으로야 헤지를 위한 포지션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을 것이지만 실제 헤지를 위해 필요한 매매를 수행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변동성 위험을 거래할 시장이 미성숙하다는 점, 감마·베가리스크의 정확한 포착과 정밀한 헤지가 어렵다는 점 외에도 최근 국내증시가 '박스피'(코스피가 특정한 좁은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저변동성 상황) 상황을 면치 못한다는 점도 헤지운용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라며 "금융당국의 검사에서도 이같은 복합적인 상황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울러 "ELS와 관련해서는 헤지운용에 대한 검사 이슈 외에도 지난해 금투협 차원에서 개정 발표한 표준투자권유준칙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며 "80세 이상 초고령 투자자에 대한 보호절차가 개별 영업점 차원에서도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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