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삼성 디지털 샵에 '갤럭시 노트 7'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안전을 이유로 갤럭시 노트 7(갤노트7)을 출시 2개월 만에 단종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조물에 결함이 있을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의 '제조물 책임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재조명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글로벌 리콜을 발표했을 당시엔 삼성 SDI가 제조한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교환 제품에서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갤노트7 사건에 제조물 책임법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이 법은 제조물의 결함이 있어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특징이며 이 법이 적용되는 경우 소비자는 제품의 결함만 입증하면 비교적 쉽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에는 제조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면책 사유도 함께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제조물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손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위 면책 사유를 주장할 수 없다.

면책 사유는 △제조업자가 그 제조물을 공급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경우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의 법령이 정하는 기준을 준수해 발생한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 원재료나 부품의 경우 그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해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실 등이다.

제조물 책임법엔 이렇게 여러 면책 사유가 규정돼 있어 실제 적용된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해당 법은 특별법이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엔 다시 일반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결함을 알 수 없다는 면책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위험을 발견한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면책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자는 제품 환불과 이에 더해 개별 상황에 따라 약간의 손해배상 정도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 나라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됐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 이 제도는 가해자가 비난 받아 마땅한 불법행위를 한 경우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에게 징벌로 실제 손해액을 훨씬 넘어선 많은 액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전문가들은 옥시, 폭스바겐 사건에 있어서는 이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갤노트7의 경우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욱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꼭 도입돼야 한다"며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판매한 폭스바겐 사건의 경우 고의·중과실이 비교적 확실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돼 있었다면 엄청난 손해배상액이 책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노트7 사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이 사건은 고의가 아닌 제조 상의 과실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필우 변호사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옥시 사건이 해당 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미의 제조물책임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해당 나라의 기업에게 소비자 보호와 제품 생산에 신중을 기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우리 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위 두 제도가 잘 활용된다면 당장 기업들이 힘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