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법(稅法)을 위반한 사람에게 형벌이나 과태료 등을 부과해 세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들로 하여금 건전한 납세의식을 확립하게끔 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세범 처벌법’을 따로 두고 있다. 이 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조세'란 관세를 제외한 국세를 지칭한다.

조세에 관해 비위 행위를 해 처벌을 받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 범죄와 관련해서는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는 경우가 많이 문제된다.

A씨는 해외 법인의 대표이사인 B씨 명의의 계좌를 통해 자신의 소득을 입금 받았다. 그동안 A씨가 B씨 계좌를 통해 얻은 수입은 중고선박 매매와 관련해 취득했던 리베이트 소득과 배당소득 등이었다.

검찰은 A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자신의 소득을 빼돌렸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조세범처벌법 제3조에 위반된다며 그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 명의 계좌에 자기 소득을 입금하게 한 행위가 조세범처벌법상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됐다.(2014도3411)

재판부는 "조세법처벌법 제3조 제1항에 규정된 조세포탈죄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며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예금계좌를 빌려 예금했다고 해서 그 차명계좌를 이용한다는 점만으로 구체적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 소득은닉 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면서도 "△장부에의 허위 기장행위, △수표 등 지급수단의 교환반복행위 기타의 은닉행위가 곁들여져 있는 경우, △차명계좌를 이용하면서 여러 곳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하거나 순차 다른 차명계좌에의 입금을 반복하는 행위 또는 △단 1회의 예입이라도 그 명의자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은닉의 효과가 현저해지는 등으로 적극적 은닉의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법리를 적용해 법원은 A씨가 B씨의 계좌로 수입을 얻어 자신의 소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은닉을 했다고 판단했고, 결국 A씨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유죄를 선고받았다.

◇ 판례 팁 =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명의를 위장하여 소득을 얻는다고 무조건 이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입장을 취한다.

우리 법원은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명의사용 등과 같이 명의위장이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여기에 △허위 계약서의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의 조세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 포탈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관련 조항

- 조세범 처벌법

제3조(조세 포탈 등)

①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ㆍ공제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ㆍ공제받은 세액(이하 "포탈세액등"이라 한다)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등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 포탈세액등이 3억원 이상이고, 그 포탈세액등이 신고ㆍ납부하여야 할 세액(납세의무자의 신고에 따라 정부가 부과ㆍ징수하는 조세의 경우에는 결정ㆍ고지하여야 할 세액을 말한다)의 100분의 30 이상인 경우

2. 포탈세액등이 5억원 이상인 경우

⑥ 제1항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1.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2.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3. 장부와 기록의 파기

4. 재산의 은닉, 소득ㆍ수익ㆍ행위ㆍ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

5. 고의적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아니하거나 비치하지 아니하는 행위 또는 계산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합계표, 세금계산서합계표의 조작

6. 「조세특례제한법」 제5조의2제1호에 따른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의 조작 또는 전자세금계산서의 조작

7. 그 밖에 위계(위계)에 의한 행위 또는 부정한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