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여성 A씨는 남편과 함께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로 합의하고 대리모를 찾아 나섰다. 20대의 B씨는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A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양측은 대리모 계약서를 작성해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과연 이 계약서는 효력이 있을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기혼부부 중 15% 이상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난임과 불임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과 맞물려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대리모(代理母)'다. 대리모란 임신을 하지 못하는 부부들이 제3의 여성에게 정자를 주입해 인공적으로 수정을 시키거나, 이미 부부의 난자와 정자로 수정이 된 수정란을 이 여성의 몸에 이식해 임신과 출산을 대신 하게 하는 대리 출산 방법에서 등장하는 제3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와 금전이 필요한 대리모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체결하는 대리모 계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대리모의 출산은 필연적으로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 대리모 계약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도 없어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리모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이 아직 없다. 다만,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3항은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反對給付)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66조 제1항 제4호는 위 규정을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도 대리모 계약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보니 법에 공백이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당사자들 사이의 대리모 계약에 민법상 일반 계약의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반사회적 법률행위'라며 무효(제103조)라고 본다. 대리모 계약 역시 돈으로 사람(대리모)을 사 대신 임신과 출산을 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계약으로, 이 규정에 따라 무효가 된다.

◇ 계약 무효이면 계약서 내용도 전부 지킬 필요 없어져

대리모 계약은 사람의 신체의 위험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먼저 계약금을 지급한 뒤 정자나 수정란의 이식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뒤 대리모가 무사히 출산해 부부에게 아이를 넘겨준 뒤 잔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약금은 물론 잔금까지 다 지급 받은 뒤 이들의 대리모 계약이 적발 돼 무효가 된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이 무효가 될 때 각자가 부담하는 원상회복의무에 따라 계약이 있기 이전의 원래 상태로 모든 것을 돌려놓기 위해 받은 대리모가 받은 돈도 부부에게 돌려줘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리모는 부부에게 받은 돈을 전액 다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해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이 '불법원인급여'이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면서, 다만 불법원인이 이익을 받은 사람(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만 돌려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과 관련해 대법원은 포주가 윤락여성이 받은 화대를 대신 보관하다 이를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포주와 윤락여성 모두 성매매라는 불법을 저지른 점은 마찬가지지만) 포주의 불법성이 윤락여성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크다"고 하며 수익자인 포주의 불법성이 현저히 크며 반환을 청구하는 윤락여성의 불법이 상대적으로 더 작은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라도 윤락여성이 포주를 상대로 반환 청구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성매매와 관련해서는 포주와 윤락여성 간의 특수 관계로 인한 인권 문제도 엮여있는 바, 우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포주의 불법성을 자신의 성을 판매한 윤락여성의 불법성보다 크다고 보아 윤락여성을 조금 더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리모 계약에서 당사자들 간의 불법성은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다. 때문에 대리모가 받은 금전은 전부 다 불법원인급여로서, 부부가 이를 반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없는 돈이 된다.

그렇다면 무효인 대리모 계약에 의해 태어난 아이는 어떻게 될까.

이미 태어난 아이는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해서 원래의 상태대로 사라질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아이의 친권이 대리모와 부부 중 어느 쪽에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리모 계약이 워낙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언급 자체가 금기시 되는 경우가 많아 법원에서 대리모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다루어진 바도 없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리모의 난자를 이용한 수정일 경우는 대리모에게도 당연히 친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지만, 이미 수정된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으로 옮긴 경우에는 아이와 대리모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권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그 밖에 계약서상에 명시한 내용들 역시 법적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어져 당사자 양측 모두 나중에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해도 무방하며, 그 계약서를 따를 필요도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