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장 시험실 배치표/사진=뉴스1

노란색 표시가 1분 조기 종료로 문제가 된 민사법 선택형 시험

제6회 변호사 시험(변시)이 지난 14일 끝났지만 1분 먼저 종료벨이 울려 다수의 학생이 마킹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양대 시험장 사고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시험이 끝난 직후인 지난 16일 부터 해당 시험장에서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법무부 변호사시험 홈페이지에도 관련 공지 팝업을 게재하고 실태조사 중임을 알리고 있다.

법무부 직원의 착오로 생긴 이번 사고로 선택형 시험 특성상 고민하던 문제를 남겨 놓거나 답안 마킹을 하던 중이었던 학생들이 당황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답안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당일 수험생들이 한양대 시험장 관리본부에 몰려가 항의하는 등 소동이 있었고 일부 수험생은 답안을 채우지 못해 그대로 나머지 시험을 포기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민사법 선택형 시험을 망친 학생들의 경우, 그 이후 시험에 심적 부담이 더 크게 생길 수밖에 없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로스쿨 커뮤니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수험생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게 로스쿨 측 시각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앞서 변시를 치른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심각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변시를 봤던 경험을 돌이켜 볼때 선택형 시험에서 마지막 1분이 예상치 못하게 일찍 종료됐을 때 여파가 적지 않음을 몸소 체험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입증과 구제방법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현재까지 제시되고 있는 구제책은 재시험이나 가산점 부여 등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일단 실행된다고 했을 때 해당 고사장에 있지 않았던 다른 수험생들의 반발도 우려되기 때문에 법무부로서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시험은 매년 1500여명을 뽑는 사실상의 '상대평가'로 합격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형평성'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도 일괄적으로 구제책에 대해 단일 입장으로 쏠리지 않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 변호사시험 홈페이지 안내문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특정 시험장만 1분 조기 종료라면 행정행위에 과실이 있었던 것인데 객관식 시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응시자에게 상당한 피해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다만 문제는 피해를 본 응시생과 아닌 응시생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과 구제책의 방법인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변호사는 "유사사건에 대한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로 구제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명백한 과실이라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인정되고 민법 선택형 점수의 근소한 차이로 탈락하였다면 불합격처분취소소송에서 다퉈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박대영 변호사는 "객관식 마킹 중일 시간대에 갑자기 벨이 1분 빨리 울린 상황이라면 결국 소송으로 가서 구제받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피해 수험생들을 모두 합격시키면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될수도 있고 여러모로 쉬운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은 "재시험이나 한양대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 전원에 대한 별도의 혜택 등의 구제수단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실제 피해사례를 수집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구제수단을 강구해볼 것으로 생각되나 누가 그 1분으로 진짜 피해를 입은 것인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정 변호사는 "결국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구제받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이나 이 경우에도 자신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기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으로 지난 16일 당선된 김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창)는 "원칙적으로 법무부가 잘못한 것은 분명하니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쳐 어떤 식으로든 구제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무부가 변호사업계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는 게 좋을 것이란 당부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