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SOS 노동법]은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기까지 직장인이 실제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보는 코너입니다. 근로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법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판결 사례를 함께 소개합니다.
 |
|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의 활용범위는 무척 넓습니다. 서울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도시로 꼽히게 해준 요인 중 하나도 촘촘한 CCTV를 기반으로 한 치안인프라입니다. 기술을 잘 활용했을 때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도 CCTV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설안전 제고와 화재예방 등의 목적을 위해 CCTV를 설치해 인력으로 상시감시가 어려운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로 쓰입니다.
CCTV의 활용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권침해 혹은 개인정보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영상정보 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은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범죄 예방·수사에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에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에 필요한 경우 △교통정보의 수집·분석에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CCTV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구성원간 협의없이 CCTV를 설치했다가 이를 철거하라는 판결이 떨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2011년 4월 한 노동조합(이하 A조합)이 모 공공기관(B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조합은 복리후생비 지급, 일련의 노조활동 보장과 더불어 합의되지 않은 CCTV의 철거를 청구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인용됐습니다.
B기관은 본관증축으로 경비인력이 부족해지자 본관동과 특정시설의 정문 등에 CCTV를 설치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또 A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도 "조합 또는 조합원을 감시할 목적으로 CCTV 등의 감시장비를 설치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면서도 그 단서에 "노동안전, 도난 등 위험·사고방지를 위해 감시장비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사전합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감시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B기관은 사전에 공지한 곳 이외의 장소에도 11대의 CCTV를 설치했고 이 과정에서 A노조와의 어떤 합의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B기관이 단체협약을 위반해 이번 사건의 CCTV를 설치한 행위는 A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이나 그 조합원의 인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방범·보안목적으로 설치하는 경우에도 단체협약에 정한 바에 따라 CCTV를 설치하기 전부터 A노조와 미리 합의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사전합의 없이 설치된 11대의 CCTV를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물론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http://www.epeople.go.kr/)에도 CCTV를 근태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응답 내용이 있습니다. 질문자는 "일부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초과근무 신청을 해놓고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와 퇴근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이로 인해 업무차질 및 회사예산 낭비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설안전, 화재예방, 범죄예방 등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직원 근무태도 감시 등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CCTV는 당초 설치목적에 따라 이용돼야 하므로 당초 시설안전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근태관리 목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근로자 감시 장비 설치를 노사 양자의 협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노사협의를 통해 근로모니터링 목적의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노사합의가 있다면 근무태도 감시용 CCTV의 설치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본인을 감시하는 용도의 CCTV 설치에 동의할지는 의문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