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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같은 다국적기업도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배기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 활동가 6명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오모씨 등 활동가들은 201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구글이 미국 정보기관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고 폭로하자 구글과 구글코리아에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구글은 "오직 법률에 의한 경우에만 이용자의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공한다" 등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뒤 대응하지 않았다. 구글코리아는 답장조차 보내지 않았다.

이에 오씨 등은 정보제공 내역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다. 또 이들은 구글이 제대로 응대하지 않아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각각 50만원씩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구글은 "서비스 약관에 의하면 구글의 서비스와 관련해 생기는 모든 소송은 미국 현지 법원이 관할하게 돼 있다"며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코리아는 "서비스 제공은 구글 본사가 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했다.

1심은 구글이 미국 법령에 따라 공개하면 안 되는 부분을 뺀 나머지 정보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글이 주장한 약관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국제사법 27조를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은 소비자가 약관 등을 통해 외국법에 따라 분쟁을 처리하기로 이미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국내법에 의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 외국회사가 국내에 광고 등 영업활동을 했을 경우 이 조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항목이 있는데,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이에 해당하므로 국내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글 서비스 약관에도 불구하고 국내 구글 소비자는 국제사법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에 구글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사자가 외국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해도 국내 이용자가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그 범위 내에서는 외국법에 근거하기로 한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미국 법령에 따라 비공개로 남겨두기로 한 부분에 대해선 구글이 개인정보 제공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또 구글코리아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글코리아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내역 공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5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역시 활동가들이 실제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2심은 이같은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구글코리아 역시 개인정보 제공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구글코리아가 국내 이용자들을 위해 '개인정보 취급 방침에 관한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구글 웹사이트를 통해 연락하거나 구글코리아의 개인정보팀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구를 게시한 점이 책임의 근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