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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생·파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이 2일 문을 연다. 특허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에 이은 네 번째 전문법원이다. 사법부는 서울회생법원이 국제도산사건의 허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옛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독립했다. 기존 30명에서 35명으로 인력이 늘었다. 조직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때보다 세분화됐고 업무분장도 확실해졌다. 사건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구성원들의 전문성도 높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우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없던 채권조사확정·부인청구를 담당하는 전담 재판부가 신설됐다. 채권조사확정은 회생·파산 사건에서 채무자의 빚이 얼마인지를 산정하는 것이고, 부인청구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손해인 것을 알면서 재산을 제3자에게 넘기는 등의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의 효력을 없애달라는 요구를 뜻한다.

기존 파산부는 법인회생을 제외한 다른 사건은 회생·파산 사건의 본안 재판부가 채권조사까지 진행했다. 채권조사를 도맡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서울회생법원에선 이같은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채권조사확정의 결과를 부인하거나 이의가 있을 때 해당 소송을 담당하는 민사단독 재판부·합의부·항소부가 새로 생겼다. 본래 이 소송들은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에서 관할했으나 이번에 서울회생법원으로 옮겨졌다. 법원은 이를 통해 사건이 보다 신속히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법인회생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배석판사가 일반회생 사건까지 담당하게 된다. 종전까지 일반회생 사건은 다른 단독 재판부의 판사가 따로 진행했기 때문에 두 사건이 함께 진행되는 일은 드물었다.

이는 법인회생 사건과 일반회생 사건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법인이 적시에 살아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가령 법인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데 대표나 임원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사건을 동시에 진행·조율함으로써 법인과 대표, 채권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별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대규모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게 됐을 때 채무자도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전까지는 채권자만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어 채무자가 회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제도를 통하면 채무자가 자구안을 빠르게 준비해 적시에 회생절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회생법원은 대규모 기업의 회생절차에 도산전문가를 적극 참여시키고, 기업들이 신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활로를 터주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분야에서 회생컨설팅사업을 강화하고,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 절차에서 관련기관과 연계해 채무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회생법원 1층에 'New Start 상담센터'를 개설, 전문가의 무료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 초대 법원장은 이경춘 (58·사법연수원 16기) 원장이 맡는다. 이 원장은 법원행정처에서 건설국장, 사법지원실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인천지법 파산부에서는 다수의 기업회생절차를 처리했고, 법원행정처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을 맡아 도산절차를 정비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수석부장판사로는 정준영 부장판사(50·연수원 20기)가 보임한다. 그는 법원 내에서 도산 관련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2011년부터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했으며, 지난달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