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차명 주식계좌를 통해 주식이 반복적으로 거래될 때마다 해당계좌의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행위는 중복과세로 부적법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A씨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며 1일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명의신탁 재산에 대한 과세규정은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적용돼야 한다"며 "최초 명의신탁 주식이 매도된 후 그 대금으로 주식을 취득해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되는 이후의 다른 주식에 대해 각각 별도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애초에 주식이나 그 매입자금이 수탁자에게 증여된 경우에 비해 과도한 증여세액이 부과될 수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또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돼 과세처분을 받았거나 과세될 수 있는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해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 된 주식은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증여세가 과세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아버지인 B씨는 2005년 1월 증권사에 A씨 명의의 차명 증권위탁계좌를 만들고 2007년까지 이를 통해 44개 상장종목의 주식을 거래했다. 과세당국은 B씨가 해당주식을 A씨에게 명의신탁했다고 보고 증여세를 A씨에게 부과했다. 부과된 증여세는 총 6억여원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개 시점에서 산정한 금액을 합산한 수치였다.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주식에 대한 명의개서를 하는 경우 이를 명의신탁 주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상증세법은 명의신탁 주식에 대해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과세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설령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더라도 주식의 종목과 수량이 변경됐을 뿐 실질적 재산가치는 거의 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기존 주식과 별개의 독립된 재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차례 과세처분을 한 것은 이중과세이거나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