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1일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5기 헌재 재판부 모습/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5기 헌재 재판부는 헌재가 할 수 있는 모든 심판사건을 다뤄본 진기록을 세웠다. 더욱이 각 사건에 모두 인용 결정을 내리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썼다.

헌법재판소법 2조에 따르면 헌재는 △위헌법률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헌법소원 심판을 관장한다. 1988년 설립된 헌재는 소장 취임을 기점으로 재판부가 1기부터 5기까지 이어졌는데 다섯 가지 심판사건을 모두 다룬 건 현 재판부가 유일하다.

다섯 개 유형 중 헌재가 처리하는 대다수는 헌법소원 심판사건이다. 공권력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청구할 수 있는 사건이다. 헌재는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3만189건을 처리했는데 이 중 2만9185건이 헌법소원 심판에 해당한다.

이어 위헌법률 심판이 901건, 권한쟁의 심판이 100건, 정당해산과 탄핵심판이 각각 1건을 기록했다. 앞서 탄핵심판 당사자가 된 인물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3기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정당해산 심판대에 오른 건 통합진보당이었다. 2014년 12월 현 5기 재판부의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헌재는 409일의 심리 끝에 재판관 8:1 의견으로 해산을 결정하며 "통진당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손에 정당이 해산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5기 재판부는 이 외에도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2015년 2월 62년 만에 간통죄를 폐지하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 재판부는 이날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며 또 한편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는 일련의 행위를 보면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