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오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두 차례의 법정 대면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피해온 박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출석할 지를 두고 관심이 모인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 따르면 오는 19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들의 재판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들은 앞서 두 차례 각자의 재판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 부회장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10일에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본인의 재판에 나오지 않아 역시 법정 대면은 무산됐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14일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건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이 부회장은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로의 증언이 재판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해온 것처럼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출석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모든 증언을 거부한 것처럼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재판을 진행 중인 재판부는 '비선실세' 최순실씨(61)를 오는 21일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최씨는 자신의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21)가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이 말 교환 계약을 모를리 없다' '엄마가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했다'는 등 이 부회장과 최씨에게 불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최씨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을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형사합의 22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을 열고 삼성 측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살핀다. 이를 위해 17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을 이끌어 내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20일에는 천홍욱 전 관세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씨의 추천으로 관세청장 자리에 올랐다는 천 전 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소유 재단을 지원하는 대가로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와 SK 등에게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에 대해 증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