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최종훈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징역 6년과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공인이라는 점에서 집단 성폭행 및 성관계 동영상 유출·유통이라는 혐의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컸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더 충격을 준 건 이른바 단톡방(단체카톡방)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적나라한 여성 혐오·비하 발언이었다.

단톡방에서 이들은 여성을 맛집에 비유하는가 하면 집단 성폭행과 강간을 암시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여기에 버닝썬 사태 '경찰총장' 발언까지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단톡방은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재판이 시작되자 정씨 측은 꽤 그럴싸한(?) 반전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단톡방 대화내용이 '위법 수집증거'라는 거였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에 따르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본래 정씨 카톡 내용은 정씨가 과거 휴대폰을 맡겼던 디지털포렌식 업체 직원이 복원해 보관하고 있다가, 방정현 변호사에게 넘겼다.

방씨는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해 이를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대리' 제보했다. 정씨 측은 단톡방 내용이 복원된 경위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날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우선 재판장 발언부터 보자.
"단톡방 대화내용에서 얻게 되는 공익이 정준영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침해보다 우월하다고 봐야 한다. 피고 정준영의 인격 보호 필요성보다 형사소추상 공익이 우선된다. 대화내용은 '위법 수집증거'에 해당되지 않는다." 수집과정이 위법했을지라도 증거를 통해 얻게 되는 공익적 측면이 크다면 인정해야 된다는 취지다. 단톡방 대화내용이 '위법 수집증거'라는 주장을 펼치며 정씨 측은 반전을 노렸지만 실패로 끝난 셈이다.

누군가가 정씨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를 삭제하지 않고 수년간 보관하다 전달했고, 여기엔 아주 내밀한 사적 대화들이 담겨있었다. 추출된 자료들이 정씨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됐고, 또 수사기관에게 전달됐다.

이에 따라 정씨의 사생활 침해를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익명의 제보자의 주된 동기는 공공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대화내용에는 성범죄뿐만 아니라 유명연예인-사업가-경찰 유착 과정이 적나라하게 포함돼 있어 공익적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위법 수집증거를 허용하는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측면이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이 안되지만, 변작(변조) 가능성이 없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필요할 경우에 한해 인정한 판례들이 있다. 위법 수집증거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일반 국민정서와 어긋나는 판결이 나오는 등 사법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위법 수집증거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어떨까. 형법 전문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형사사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수집과 연결성이 있다"면서 "증거수집 과정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경우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면 이 역시 사법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공익이라는 목적도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