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외제차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특검이 지난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DB) 2021.7.7/뉴스1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서 사기 외에 협박혐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피해자들을 협박해 금품을 받아내려 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김씨가 협박 당시 대동했던 직원은 과거에 불법 조직폭력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가짜 수산업자 사기외에 공동협박으로 기소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김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김씨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과 사기와 협박 피해를 입은 피해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사기 혐의 외에도 공동협박 등으로도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선동오징어 사업 투자를 미끼로 116억대의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현직 부장 검사였던 이방현 부부장검사에세 고급 렌터카를 제공하고 경찰 간부와 전·현직 기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를 사기 외에도 공동협박과 공동공갈 교사죄로도 기소했다. 김씨가 사업 파트너이자 사기 피해자였던 이들에게 자신의 직원들을 대동해 협박을 하거나 찾아가서 위협하도록 해 돈이나 차량을 받아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김씨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경기 성남에서 렌터카 회사를 하던 B씨를 김씨에게 돈을 갚아야 할 채무자인줄 알고 협박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B씨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를 렌트카 계약건으로 알게 돼 김씨 제안으로 포항에 렌터카 분사를 하도록 해 준 인물이다.

김씨는 포항에서 이 렌터카 업장을 운영하면서 박 전 특검과 이방현 검사 그리고 유명앵커였던 기자와 유명 여자 연예인 등에게 차량을 빌려줬다. B씨는 렌터카 사업으로 김씨와 엮이면서 김씨 권유로 선동오징어 사업에도 수억원을 투자해 피해를 입었던 사기 피해자였다.

증인신문에서 A씨는 사장이었던 김씨로부터 B씨가 내연관계인 여성과 했던 대화내용이 담긴 캡쳐사진을 받아 B씨를 협박했다고 인정했다. A씨는 B씨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외부에서 쵤영해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B씨는 김씨가 선동오징어 매매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권유해 투자했고, 선박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총 5억9700만원을 투자하고 돌려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B씨는 지인과 친한 국회 보좌관을 통해 김씨에 관해 알아봐달라고 했고, 김씨가 수산업 사무실과 투자대상인 선동오징어 물건 등을 보여주지 않자 사기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후 B씨는 김씨가 B씨 회사 명의로 출고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CLS53를 리콜을 해야 한다면서 돌려받은 뒤, 사기피해금 회복을 이유로 포항으로 돌려주지 않았다. B씨가 차량을 내놓지않자 김씨가 자신의 직원들을 보내 협박한 것이다.

김씨 지시에 따라 A씨 등 2명은 올해 1월4일 피해자 B씨의 경기 성남 렌터카 회사 사무실에 찾아가 "야, 이 개OO야 차 내놔라 너희 집에 찾아가 가족들에게 여자관계를 다 까발리겠다"거 말하기도 했다. 5일 뒤인 1월9일엔 서울 서초구의 B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쵤영한 뒤 "CLS53 차량만 돌려주면 된다 안 주면 계속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 협박하기도 했다.

"가짜 수산업자 동행한 경호팀장은 포항의 조직폭력배 일원"
검찰에 따르면 A씨와 동행한 김씨의 경호팀장 격으로 일했던 이는 포항의 불법조직폭력배 일원이기도 했다.

A씨 등은 부산에서 김씨와 함께 피해자 B씨를 만났을 때 험악한 말로 협박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해선 부인했다. 검찰은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김씨 일행이 피해자 B씨 일행을 만났을 때, 피해 금액을 돌려 달라며 B씨가 "선동오징어 사업이 실체가 없고 사기임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씨 일행이 욕을 하며 협박했다고 기소했다. 격분한 김씨가 "니들이 감히 내 뒷조사를 해. 어디 두고 보자, 내가 어떤 사람인데 가만 두지 않겠다"며 소리를 지르자 김씨의 수행원들이 이에 합세해 "X(흉기)로 확 쑤셔버린다. 개OO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X(흉기)로 쑤셔버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B씨가 사건 만들려고 과장한 거 아닌기 싶다"고 반박했다. A씨는 피해자 B씨를 협박할 당시에는 김씨에게 속아 선동오징어 사업에 투자했던 사기 피해자임을 알지 못했고 단순히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B씨에 대한 협박 외에도 자신의 벤틀리를 팔아주기로 한 수입차 업자가, 자신과 분쟁이 발생했던 전 직원 C씨 명의로 이전해놓자 다른 직원들을 보내 위협하기도 했다. 수입차 업자를 찾아간 직원들은 "차를 가지고 오든, 돈을 가지고 오든 아니면 통장을 받아오든 해결하지 않으면 사무실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김씨 지시에 따라 위협해, 2000만원을 다음날 송금하도록 했다.

한편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지난 4월 구속기소돼 사기, 공동협박, 공동공갈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유산을 상속받았고 포항 인근의 고급 풀빌라와 어선 수십여대,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속여 투자를 권유한 뒤 거액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사기 피해금액이 가장 큰 이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이다. 김씨는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 매매사업의 수익성이 좋으니 투자하라"고 속여 김 전 의원의 형으로부터 86억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했다.

김 전 의원과 형은 월간조선 기자 출신 원로 언론인 송모씨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았다. 송 전 기자 역시 17억원 상당을 투자해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 전 기자는 총선 출마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안동교도소에서 사기죄로 복역 중이던 김씨를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이방현 검사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로 발령이 되면서 박 전 특검 소개로 김씨를 알게 됐다. 김씨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 7월 이 검사는 부부장검사로 강등 조치된 바 있다. 이 부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과 함께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박 전 특검은 김씨로부터 지난해 포르쉐 파나메라4를 무상으로 빌려 탄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은 나중에 렌터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김씨를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함께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지만 사기꾼이라고 생각해 차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공갈·협박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김씨에 대한 공판은 관련 증인들이 2차례 불출석하면서 공전되다 23일 첫 증인신문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2차례 불출석한 김씨 수행원 A씨와 피해자 B씨에게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