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청소 노동자를 흉기로 살해한 7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8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 동포가 2심에서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2일 살인 혐의를 받는 리모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결별을 요구하고 존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리씨가) 느끼곤 이에 화를 내고, 여러 차례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범행 경위, 방법의 잔혹성,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봤을 때 매우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피고인에게 비명을 지르며 공격을 저지하려 노력했으나 리씨는 자신의 손목시계 바로 잡는 행위를 한 뒤 다시 피해자를 공격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에서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다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곤 있으나 위와 같은 태도 변화를 원심의 형이 결과적으로 과중하다고 볼 정도로 중요한 사정변경으로 보긴 어렵다"며 "모두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형을 벗어나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지 않다"며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리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리씨는 범행 후 달아났지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리씨는 피해자로부터 물을 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고 팔을 붙잡자 자신을 신고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으며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고 평소 지니고 다니던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2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살해 동기가 없음에도 인명을 경시해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범행 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리씨는 최후 진술에서 "너무나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 피해자 가족들이 영원히 고통을 겪어야 한단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리씨에게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25년을 선고한 바 있다. 1심 판결문엔 "진정어린 미안함을 갖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