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_검찰_로고_심볼 /사진=임종철

검찰이 2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대가로 사건 수사를 무마해 주거나 불송치 결정을 하고 허위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현직 경위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12일 경기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정모 경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정 경위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대출중개업자인 40대 남성 김모씨는 불구속기소했다.

정 경위는 수사 부서에 근무하던 2020년 6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사기 사건 피의자인 김씨로부터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22회에 걸쳐 2억1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권 조정 이후 사법경찰관에게 수사종결권이 부여되자 정 경위가 '사건 모아서 불기소해 주겠다' '구속되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며 김씨에게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정 경위는 2020년 7월 김씨에 대한 사기 사건 3건의 고소장과 고소장의 진술조서를 김씨에게 제공하고 2020년 10월에는 김씨가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실제로 출석해 조사받은 것처럼 허위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김씨 사건 기록 가운데 영장 집행 결과 자료 등을 임의로 빼내어 폐기한 의혹도 있다. 특히 정 경위는 2022년 1월에는 김씨 사건 기록에서 고소장을 빼내 본인이 임의로 작성한 고소장으로 교체하고, 계좌거래내역 등을 빼낸 후 사건 기록을 약 3년간 개인 캐비닛에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정 경위는 2022년 5월 별건 구속영장으로 수배돼 도주 중이던 김씨에게 '외국으로 도망가라'며 도피 자금으로 약 500만원을 건네고, 같은 해 9월에는 김씨가 구속된 사실을 통보받고도 본인이 수사 중지 결정했던 김씨에 대한 사건 4건을 수사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정 경위가 김씨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기 사건을 재기수사 명령에 따라 재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정 경위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김씨의 진술을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정 경위를 긴급 체포하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정 경위는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본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경찰에 통보하고, 정 경위가 불송치 결정한 사건 재수사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하여 범죄 피해를 본 국민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국가 형벌권이 적정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