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사에서 '전자감독 대상자 훼손·재범사건 관련 대책'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박 장관, 유병철 교정본부장. 2021.9.3/뉴스1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도 "전자발찌 대상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보호수용제도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오늘 발표한 대책으로 보호수용제도와 유사한 감독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전자발찌 훼손 및 재범사건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참혹한 범죄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제 해당 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교도소와 보호관찰소간 정보공유 부족, 보호관찰소 내 직원간의 소통부족 등 고위험대상자 관리시스템의 미비점을 확인했다"며 "고위험대상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따른 관리시스템이 당장 시행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강씨가 외출제한조치를 위반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행적인 업무처리로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사과했다.

법무부는 현장 점검과 분석의 결과를 반영한 대책도 발표했다.

먼저 전자감독대상자의 준수사항 위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인원을 충원하고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을 설치해 심야시간대 조사와 주거지 진입, 현행범 체포 등 실시간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담직원 281명이 1인당 17.3명의 대상자를 지도감독하면서 준수사항 위반시 수사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전담직원이 1팀 2명으로 야간·휴일 근무를 하고 있으나 기관당 2팀 이하로 운영돼 긴급상황 대처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장관은 "현재의 인력과 예산이라는 제약된 조건 하에서도 고위험사범에 대한 대응은 즉각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법무부의 보호관찰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자발찌 감시 대상자와 업무는 폭주하고 있는데 예산 당국과 국회 등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다만 전자발찌 착용대상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자감독제도가 재범위험성을 현격히 낮추는 획기적인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철저한 관리 및 정보공유와 1:1로 전자감독을 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교도소와 보호관찰소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1:1 전자감독을 확대해 출소 직후부터 주1회 이상 대면면담, 행동관찰 등 밀착감독을 통해 지역사회 내 성폭력범죄 재발을 방지할 방침이다.

출소 전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부착명령 청구를 요청하고 맞춤형 준수사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교정 심리치료 프로그램 체계도 개편해 교정시설 내 고위험자 치료에 집중하고 왜곡된 성인식·음주·폭력성향 등 근원적인 재범위험요인 개선을 위한 개별 심리치료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강제출국이 전제된 외국인이나 중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고위험 성폭력사범의 가석방을 차단한다.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훼손사건 발생시 112 상황실에 훼손 사실만 전달하는 현재와 달리 앞으로는 신상정보 및 요구정보도 동시에 제공할 예정이다. 법무부에서 제공하는 전자감독대상자 정보를 일선 경찰서 현장근무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외 전자장치 훼손 사건 발생시 긴급한 경우 대상자 주거지에 진입해 압수수색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하고 위험성이 큰 4대 특정사범(성폭력·살인·강도·미성년자 유괴범)에 대해 경찰과 상시 위치정보를 공유하도록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보호수용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씨 사건 이후 전자발찌 착용자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야간에는 지정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보호수용제도 도입 필요성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도 주거가 정해지지 않은 전자감독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현재 대상자는 40여명정도 되는데 이를 확대해 보호수용제도와 유사한 감독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 역시 "보호수용제에 대한 요구가 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오늘 발표한 대책을 보호수용제도의 취지에 버금가는 형태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당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