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부터),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대장동 사업 설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정민용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뉴스1 DB) 2021.11.1/뉴스1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영학 회계사는 제외했다. 정 회계사는 2015년 대장동 로비 사건 때도 처벌을 피한 전력이 있다. 정 회계사는 이번 수사에서 초기부터 녹취록을 제출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속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 등 3명이 유 전 본부장과 함께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을 주고 성남시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정 회계사도 공범으로 지목했으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이자 대장동 사업 수익 구조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는 2009년부터 남 변호사와 함께 관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 등 3명의 구속영장에도 정 회계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 회계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정 회계사가 수사에 협조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회계사는 이미 한 차례 검찰 수사에 협조해 처벌을 피한 이력이 있다.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는 당시 공영개발로 추진되던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간 개발로 바꾸기 위해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남욱 변호사 등 관련자 9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당시 사업 핵심인물로 꼽혔던 정 회계사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입수한 정 회계사 수첩을 토대로 남 변호사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는데, 정 회계사가 남 변호사에게 불리한 내용을 검찰에 알리고 자신은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수원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정 회계사의 수억원대 배임 정황을 전달받고도 불기소 처분한 사실이 알려져 의심은 더욱 커졌다.

검찰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줄곧 정 회계사의 편의를 봐주면서 과거와 같은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계사는 수사 초기 검찰에 김씨 등 관련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19개와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정 회계사 녹취록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관련자들을 모두 기소할 때까지 정 회계사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실제로 정 회계사는 대장동 핵심인물이자 문제가 된 수익 구조를 설계한 인물이지만 김씨 등과 달리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를 받아왔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영학은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인물로 김만배보다 먼저 사건에 개입한 사람인데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재판에서 양형기준을 따질 때 수사에 협조한 점을 고려할 순 있어도 검찰이 수사 단계부터 보여주는 정영학에 대한 태도는 여러모로 불편하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정 회계사에 대한 구속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영학이 초기부터 수사에 진지하게 협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배임 혐의 공범으로 적시가 됐고 범죄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형사처벌 대상이다. 계속 수사하면서 신병과 관련해 구속 필요성 등에 대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