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용의자 3인조 중 이경우(36)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3.04.09.

'강남 납치 살해' 주범인 이경우(35) 등은 피해자 최모씨(48)로부터 알아낸 가상화폐 거래소 계정에 접속해 돈을 빼내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검찰의 보완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경우 등을 28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는 이날 강남 납치 살해 사건에 연루된 이경우·황대한(35)·연지호(29),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를 강도살인·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에게는 사체유기·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도 적용됐다.

이경우 등은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5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최씨 주거지 인근에서 최씨를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경우 등은 최씨를 차에 태운 뒤 향정신성의약품인 마취제를 5cc 주사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최씨의 시신을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원 부부는 이 같은 강도살인·강도예비 범행을 직접 범행을 시행하지는 않았으나, 이경우에게 범행 도구 준비 등에 쓰인 착수금 7000만원을 주는 등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유상원과 이경우는 최씨를 살해하기 전 최씨의 가상화폐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 접속을 시도한 혐의가 새로 밝혀졌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빼낼 목적으로 '코인원' '업비트' 계정에 접속하려고 했으나 로그인에 실패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유상원 부부는 가상화폐 사업을 했다. 이들은 2020년 코인 발행사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최씨와 그 남편 장모씨를 알게 됐다. 그해 10월 최씨 부부를 통해 '퓨리에버코인'에 투자했으나 손실을 보면서 유상원 부부가 최씨 부부 사이 분쟁이 일어났다.

그러던 중 지난해 7~8월 이경우가 범행을 제안했고, 유상원 부부가 이를 받아들여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측은 "이경우는 헬스장 사업에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며 "최씨가 많은 가상화폐 재산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최씨를 살해해 가상화폐를 빼앗아 유상원 부부의 환심을 사 함께 가상화폐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행 준비에 가담했으나 그만 둔 것으로 조사된 이모씨(23)도 강도예비죄로 구속 기소했다.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36)는 강도방조·절도·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대 이씨는 지난 1월부터 3월18일까지 최씨를 미행했으나 납치·살해 범행 전 이탈했다. 간호사로 알려진 허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최씨 납치에 쓰인 마취제를 빼내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지난 6일 이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9일 사건을 송치받고 암매장 현장 검증하고 피의자들의 휴대전화·PC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다시 하는 등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측은 "유상원 부부가 범행을 전면 부인해 동기 파악이 어려웠다"며 "가상화폐 투자 관련 민·형사사건 분쟁 기록 20여건, 관련자 22명 조사, 카카오톡 채팅 내용, 재포렌식을 통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범행 동기를 메모한 쪽지를 확보해 동기를 규명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경우가 받은 착수금 7000만원을 '중대범죄의 보수로 얻은 재산'으로 보고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이 지난 21일 인용했다. 검찰은 최씨 유족에게 범죄피해자 구조금, 장례비, 심리치료비 등을 지원했다. 향후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