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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대 한투'…웃지 못할 간판 다툼 [성시호의 법정블루스]

편집자주법정에는 애환이 있습니다. 삶의 고비, 혹은 시작에 선 이들의 '찐한'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위쪽)와 한국투자금융.

한투금융이 한투금융을 상대로 간판을 내리라며 법정에서 다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 수명법관 조진용 판사는 지난 12일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이 한국투자금융을 상대로 제기한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법정 심문을 주재했다.

이름은 같지만, 한국투자금융(한투금융)은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와 전혀 무관한 회사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한투금융은 2011년 설립됐다. 당시 상호는 '코리아 개발전문 자기관리 부동산투자회사'였고 이 회사는 2012년 코리아개발산업, 2017년 코리아투자보증, 2020년 한화투자금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한화그룹과도 무관한 회사다.

'한국투자금융'이란 상호는 지난해 10월 등기됐다. 한투지주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때는 올해 5월이다. 7달 사이 한투금융은 한 소기업과 1000억 규모 지급보증을 비롯한 금융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 같은 내용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한투지주의 대리인은 "한 고객이 한투금융으로부터 부동산 투자권유 전화를 받고 '같은 회사가 맞냐'고 문의했다"고도 밝혔다.

심문 당일 법정에는 한투금융 대표이사 이모씨가 출석했다. 조 판사가 "상호를 자주 변경했던데, 한화투자금융에서 한국투자금융으로 바꾼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 대표는 "한화 본사 법무실장이 바꾸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으로부터 경고를 듣고 상호를 고쳤는데, 이번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유사한 이름을 고른 것이다.

조 판사는 재차 "한국투자금융이란 상호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 이후) 임원진과 협의해 상호를 바꾸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이날 심문은 조 판사가 "한국투자금융이 올해 8월31일까지 '한국투자금융' 또는 '한국투자'를 포함하는 유사한 상호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리겠다"고 예고하며 일단락됐다.

화해권고결정은 당사자들이 2주 이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돼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기업들이 유사상호·상표 문제로 갈등을 빚어 수년간 소송을 벌이는 일은 법조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DB그룹은 화장품·의약품 기업 대봉엘에스를 상대로 상표권등록 무효소송을 벌여 지난해 1월 최종 승소했지만 특허심판원 심결과 법원 소송절차로 2년 이상을 소모했다.

'불닭' 등 보통명칭이 된 단어를 사용해 독점적 사용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국', '서울' 등 지명만으로 구성된 상표는 관련 법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상호·상표를 교체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관련 분쟁이 벌어지면 제3자야 흥미롭지만 당사자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아기 이름도 고심해서 짓는데 상호·상표를 고안할 때는 유사상호가 등장할 때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항상 소송이 가장 값비싼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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