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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 피해 도망가도 탐문수사가 전부…미국은 FBI 감청도 불사

[MT리포트-감옥 대신 거리 활보하는 그들]②


한국에서는 법원 판결을 통해 형이 확정됐지만 처벌을 피해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이하 미집행자)를 강제조사할 방법이 없다. 통신영장으로 확보한 통화내역이나 기지국 정보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하는 게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이마저도 미집행자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대포폰을 사용하면 무용지물이다. 사실상의 탈옥수를 검거하기 위해 법적으로 다양한 수단과 권한을 동원할 수 있는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기 검거는 꿈꾸기도 어렵다. 주변인을 설득해 소재 정보를 얻거나 오랜기간 잠복수사를 벌이는 식으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그나마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장기 잠복 수사 끝에 가족과도 10년 이상 연락을 끊은 채 도피 생활을 이어온 경제사범을 검거한 대표적인 사례다.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받았던 A씨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하던 중 징역 2년이 선고, 확정됐다. 검찰은 A씨를 잡기 위해 A씨의 전 직장 관계자 등 주변 인물을 일일이 탐문하고 전화와 메신저 내역을 분석했다. 말 그대로 주변인을 설득해 B씨의 은신처를 확인하는 '고전적인' 수사기법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형 미집행자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주변 인물들에게 수사 협조를 구하는 일이 쉽진 않다. 정읍지청은 지난해 10월 수사 기록을 검토하던 중 형 미집행자 B씨에게 급여가 지급된 내역을 확인하고 B씨의 이전 고용주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 고용주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검찰은 세 차례 출장 조사를 나가 고용주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고용주가 급여를 지급한 계좌는 B씨가 거주하는 주거지의 임대인 계좌였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임대인에게 B씨의 연락처를 넘겨받아 B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미집행자를 검거하기 위한 수사 수단이 마땅찮은 것은 국내 형법에서 체포 또는 구금 전에 도망친 미집행자에게는 도주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라 체포·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에는 도주죄가 적용돼 압수수색 영장 발부 등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선고 직전 도주한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검찰이 범죄 피의자를 수사할 때는 압수수색 영장 등을 청구할 수 있지만 막상 유죄가 인정돼 형이 선고된 뒤에는 압수수색 영장 등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기소나 형 집행, 법 적용을 피해 도주한 이들을 '도망자'로 보고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물론 도망자의 친·인척 등 주변인에 대한 감청을 포함한 가용 수단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했다.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이 일차적인 수사를 맡고 중요 범죄 피의자일 경우에는 연방수사국(FBI), 비밀경호국(USSS), 마약단속국(DEA)도 투입된다.

독일도 일반적인 수사 과정에서 청구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을 자유형 집행을 위해서도 행사할 수 있도록 일찍부터 형사소송법에 규정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에도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시에 따라 도주한 자를 찾기 위한 압수수색 검증을 할 수 있다'는 강제수사 근거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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