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검찰, 검찰로고 /사진=김현정

중고 명품의류 등을 판다고 속여 1500만원에 달하는 돈을 가로챈 사기꾼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추가범행을 의심한 주임검사가 사기정보 공유사이트에 직접 가입해 여죄를 밝혀내 피의자를 구속하는 등 꼼꼼한 수사 덕분에 추가 피해를 막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정화)는 지난달 31일 총 55명에게 약 1500만원의 중고사기를 저지른 피의자 A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 6월17일 35명을 상대로 중고사기 범행을 저질러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이미 A씨는 피해자 60명에게 몽클레어패딩 등 고가의 명품의류 등을 판매한다고 속여 총 5200만원을 가로챈 사기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대전지법에서 재판받고 있었다.

주임검사인 김주영 검사(변호사시험 11회)는 A씨를 조사하면서 경찰에서 송치된 범행 이후에 추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질문했고, A씨가 대답을 회피하자 조사를 마친 후 직접 더치트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다.

더치트는 중고사기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로, 연락처나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번호와 관련된 사기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중고사기 피해자들이 더치트에 중고사기를 저지른 상대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일종의 사기 이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추가피해를 막는 효과가 있다.

김 검사가 더치트를 통해 A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 15개를 입력한 결과 A씨가 검찰청 출석요청 전화를 받은 날에도 사기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발견됐다.

이에 김 검사는 A씨가 수사 중에도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A씨 조사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영장실질심사에도 직접 참여해 재범 우려에 대해 설명한 결과 지난달 16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구속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더치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추가 피해자 17명을 확보했다. 이중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건 등 3건에 대해서는 피해자 진술을 청취하고 피해금 송금자료를 제출받아 A씨의 여죄를 추가로 밝혀냈다.

결국 검찰은 기존 35명에 대한 사기범행에 경찰에서 추가로 송치된 17명에 대한 범행과 여죄를 모두 병합해 총 55명에 대한 사기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 검사는 "범죄자에게 상응한 죄책을 물을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행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고 선량한 일반 국민들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민생·경제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