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행인을 친 혐의로 징역 10년이 확정된 신 모 씨(29)의 마약 혐의 2심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가 5일 심리한 신 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2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신 씨는 미용 시술을 빙자해 반복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다가 거절당하자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시술받는 등 범행 내용에 비춰 죄가 중하다"면서 "투약 횟수가 많고 투약한 의약품 양이 다량"이라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어 "투약 이후 여러 차례 운전한 사실이 있고 결국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는 등 중한 결과를 야기한 점을 고려할 때 1심 선고는 가볍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변호인은 "위험운전치사로 기소된 사건에서 이렇게 중형이 선고된 적이 없다"며 "이미 마약류 투약이란 이유로 관련 사건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마당에 이 사건 원심에서 판결을 선고받을 때 유사 사건에 비해 훨씬 형이 세다고 느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절망감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로포폴이나 마약류가 오남용된 사건에서 대부분 사건은 집행유예로 형이 선고됐다"며 "피고인은 현재 스물 아홉살로 10년이 경과되면 마흔이 다 돼서 만기 출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다른 사건에 비해 훨씬 중한 형을 선고받아야 하는지 유심히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신 씨도 "9년을 더 복역해야 출소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제가 저지른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과 합의 과정에서도 진심 어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한 번만 해량을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신 씨는 2022년 6월~2023년 8월 57회에 걸쳐 14개 병원을 옮겨 다니는 '병원 쇼핑'으로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필로폰 투약 등 마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1심은 신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원심 형이 낮다고, 신 씨는 형이 높다며 쌍방 모두 항소했다. 2심 선고 재판은 내년 1월 23일에 열린다.

한편 신 씨는 지난해 8월 압구정역 근처에서 롤스로이스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다만 대법원과 2심 모두 신 씨가 도주 목적으로 현장을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도주치사 혐의 대신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형량에서 절반 줄어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