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죄 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직접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 혐의를 포함할 경우 수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의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리고 이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에 배당했다. 심 총장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도 지시했다.

심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고발장이 여럿 접수됐다"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총장은 또 "법령과 원칙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모든 사건에 대해서 언제나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지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 절차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수사단계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개시 범위는 경제·부패범죄에 한정된다. 다만 검찰청법 4조1항1호는 '부패·경제범죄 등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를 시작해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검찰청이 이날 이런 논리로 심 총장에게 직접 수사 관련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더불어민주당의 고발장 제출에 따라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안보수사단에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을 배당한 뒤 김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분간 이들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하게 된 모양새다.

수사 진행에 따라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죄 고발은 검찰과 경찰 외에 공수처에도 접수됐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경우를 내란죄로 규정한다. 개혁신당은 전날 윤 대통령을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날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3당도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소했다.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노동·시민단체에서도 수사기관에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을 내란죄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계엄을 선포했고 계엄군을 국회로 진입시켜 의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혐의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만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는다는 헌법 제84조에 따라 내란죄가 적용돼야만 현직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들여 재직 중 형사상 소추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최종적으로는 검찰이 결정하게 된다. 전직 검찰총장에게 칼을 겨누는 꼴이라 수사 개시와 마찬가지로 심 총장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