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고가 부착된 화물차./사진=뉴스1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택배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들도 쿠팡캠프(지역배송센터)에서 노동조합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쿠팡CLS를 상대로 출입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송정현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택배 일산지회장 등 2명의 재항고를 지난 24일 받아들여 송 지회장 측 청구가 기각된 원심 결정을 파기했다.

쿠팡CLS와 계약한 택배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송 지회장 등은 지난해 6~7월 쿠팡CLS 일산6캠프에서 다른 택배기사들에게 택배노조의 전단·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노조활동을 하다 캠프 출입이 금지되고 업무용 앱 접속이 차단됐다. 송 지회장 측은 노동자의 단결권이 침해됐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원심 재판부는 쿠팡CLS가 송 지회장 측의 노조활동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송 지회장 측이 조합활동권을 요구하는 상대는 쿠팡CLS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일상적 근로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의 일부이자 유일한 집단적 근로제공장소로서 (일산6캠프는) 노조활동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송 지회장 등은 어떤 물리력도 사용하지 않았고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거하거나 소음을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이 사건 노조활동은 평소 업무와 마찬가지로 도보로 이동하면서 상·하차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기사를 찾아가 인사하고 유인물을 배포하는 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CLS는 다른 영업점이 홍보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상당 기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 지회장 등의 활동이 쿠팡CLS의 원활한 작업과 사고방지에 실질적 지장을 초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출입금지와 업무용 앱 차단조치로 인해 송 지회장 등은 조합원 모집을 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주된 수입원인 화물배송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캠프 출입과 업무용 앱에 관해선 (가처분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