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2심 재판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부정 혐의를 두고 재판부가 "고의성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별개의 재판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삼바의 회계부정을 일부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형사적으로 유죄를 인정할 만큼 입증이 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앞선 서울행정법원 판결 취지 등을 고려해 2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하는 강수를 뒀지만 1심 판단을 뒤집지 못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내린 과징금 등의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도 삼바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은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형사 1심 재판부가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판결한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2심 재판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삼바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로 인한 자본잠식과 대규모 영업 외 이익 발생에 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 같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는 오히려 삼바의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회계처리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계기준에 비춰 공시가 일부 미흡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회계처리에 관한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추측과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이 회계부정을 인정하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행정처분을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형사처벌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형사적으로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더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2심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새롭게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도 이 회장 무죄 선고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증거능력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뜻한다.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증거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아무 영향을 줄 수 없다.

이 밖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조율과 협력에 의해 결정됐고 두 회사의 의사와 관련 없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