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비의료인과 공모해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까지 취소하는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강엽)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9월5일부터 같은 해 12월19일까지 비의료인 B씨와 공모해 의료기관을 열지 않고 의료 행위를 해왔다. 서울동부지법은 2021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22년 8월에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7월 A씨에 대해 구 의료법 제65조,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제4조 등에 따라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의료법을 어기고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료인에 대해, 형이 끝나지 않았거나 형을 받지 않기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다.

A씨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법이 과하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A씨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가 아닌 보다 가벼운 처분으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건 과잉 금지의 원칙에 반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인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제공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사명이 있다"며 "일반인에 비해 높은 수준의 준법, 윤리의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준법·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의료인과 의료행위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정당한 입법목적이 있다"며 "다른 의료인들이 범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효과를 주기도 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면허가 취소돼도 면허를 재취득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업 자유에 대한 침해가 과하지 않다고도 판단했다.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3년이 지난 경우, 취소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진 경우·개전 여부가 뚜렷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해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직업 자유를 제한받는 등의 개인적 불이익이 법률 조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능가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