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열 신임 서울변호사협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말 일 잘했던 사람이야' 이런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조순열 신임 서울지방변호사회장(53·사법연수원 33기)은 "2년 후 임기를 마칠 때 어떤 회장으로 평가받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선된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변호사회장으로서의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서초동 이장'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주변 변호사들을 자주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 지난달 24일 서울변호사회장으로 당선된 것도 그런 모습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서초동 이장'에 걸맞게 변호사에 대한 애정도 깊다. 조 회장은 "서울변호사회장에 도전한 것도 직업에 대한 사장과 자부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서울변호사회장으로 최우선 목표는 변호사 권리 보호다. 조 회장은 서울변호사회장이 되기 전부터 직역 수호에 열정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청년부협회장을 지내며 직역수호특위 간사를 맡은 것. 당시 변리사협회가 특허 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을 인정해달라는 헌법 소원을 청구했는데, 조 회장이 변협의 소송 대리인으로 나서 변론을 펼쳤고 승소했다.

조 회장은 변리사와 법무사, 세무사 등 유사 직역들이 계속해서 변호사의 소송 대리권을 가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조 회장은 "그런 식이라면 의료 소송은 의사가, 언론 분쟁은 기자가 하는게 맞을 것"이라며 "재판을 하는 판사의 눈높이에 맞춰 재판 법리를 구성하는 사람, 즉 그들과 같은 수준의 법을 공부한 변론 전문가가 변호사"라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과 사건을 마지막까지 함께 하며 책임을 지는 것도 변호사"라고 덧붙였다.

조순열 신임 서울변호사협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조 회장이 내건 공약은 △변호사 수 규제 △형사소송 성공보수 부활 △네트워크형 로펌 규제 등이다. 조 회장은 이중 변호사 수 감축을 중요도 1번으로 꼽았다. 변호사 직역 수호의 연장선상일 뿐만 아니라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경쟁 심화로 광고비 과다 지출 등 변호사들이 무리한 수임 경쟁을 벌이면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생존을 위해 무리하게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가 증가해 법률 서비스 신뢰도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 대법원 판결로 사라진 형사 성공보수 부활도 법률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판결 후 받는 성공보수를 약정할 수 있으면 착수금액을 낮춰 의뢰인의 접근성을 높이고 변호사들의 조력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변호사회는 형사 성공보수와 관련한 회원들 사례를 수집해 판결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협회 차원에서 직접 소송을 대리할 계획도 있다.

네트워크형 로펌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조 회장은 "광고비를 많이 지출한 변호사가 상위 노출되며 역량보다 마케팅 효과가 우선시 될 수 있다"며 "법률 시장이 왜곡될 수 있어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 논리가 변호사들의 공공성과 사명감을 위협해선 안된다는 게 조 회장의 신념이다. 조 회장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언제나 공공성과 국민에 대한 양질의 법률 서비스 제공"이라고 말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변협이 개발한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조 회장은 "공공성을 갖고 검증된 광고를 해야 한다"며 "'나의 변호사'를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를 이제 막 시작했다. 말뿐이 아닌 실행력을 보여주겠단게 조 회장 목표다. 그는 "사실 후보들의 공약은 대부분 비슷하다. 회원들이 변호사에 대한 애정과 실천 의지를 높게 사 지지해 줬다고 생각한다"며 "임기가 끝난 후 정말 그렇게 '일 잘했다'는 회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