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_대한민국법원_법원_로고_심볼 /사진=임종철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는 것은 공연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매장에서 음악을 틀기 위해서는 공연 사용료 등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가 롯데GRS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롯데GRS는 2008년 매장 음악 서비스 제공업체와 매월 일정한 요금료를 내고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 매장에서 재생할 음원을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갈등은 한음저협이 해당 계약에 대해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한음저협은 매장에서 음원을 배경음악으로 튼 것은 저작권자의 이용 허가 없는 공연에 해당한다며 공연사용료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 8억원을 요구했다.

쟁점은 매장에서 고객을 위해 무상으로 튼 음원 파일이 '판매용 음반'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였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판매용 음반은 구입 당시 저작권자에게 이미 대가를 지급했으므로 무상으로 재생할 수 있다. 반면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면 공연에 대한 사용료를 별도로 저작권협회에 지급해야 한다.

1, 2심은 "피고는 판매용 음반 또는 상업용 음반에 해당하는 이 사건 음원을 재생해 공연했으므로, 이 행위가 원고의 공연권을 침해했다거나 피고가 부당한 이득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하급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음원 파일은 시중에 판매할 목적이 아니라 매장 음악 서비스를 위한 목적으로 음을 디지털화해 복제한 것이므로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 측은 저작권협회에 공연권에 대한 이용 허락을 받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협회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매용 음반'의 정의를 단순히 음반의 물리적 형태나 내용이 아니라, 제작 당시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한 것이다. 이 사건 음원 파일이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의 음악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작된 것이므로, 법에서 정한 '판매용 음반'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