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이르면 내달 중순께부터 형사 재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25.01.30.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검찰과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 의혹' 사건 등을 다시 이첩받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누가 어떻게 수사를 진행할지 별다른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국무위원 등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중복수사가 반복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이 전 장관 사건에서도 일명 '가르마'를 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은 지난주 이 전 장관 사건을 재이첩받은 후 각자 공수처가 넘긴 수사기록 등을 검토 중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일부 언론사 등에 단전 및 단수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내란, 공안 등 중요사건의 경우 검·경은 수사준칙에 따라 송치 전 △수사사항 △증거수집 대상 △법령 적용 등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특히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에는 중복수사를 막기 위한 사건이송 규정도 마련돼있다. 형소법 제197조의4에 따르면 '동일 범죄사실을 수사할 때' 검찰이 경찰에 사건송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한 경우엔 계속수사가 가능하다. 강제수사를 먼저 한 기관에 수사우선권이 있다는 취지다. 또 수사준칙상 형소법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우선권을 가질 때 검찰은 사건을 경찰 등에 이송할 수 있다.

이는 검·경간 중복수사가 이뤄질 우려가 있을 때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기 위한 조항이다. 통상 사건초기에 이 같은 협의가 이뤄지지만 검·경은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동일한 범죄사실을 2개월 넘게 각자 수사해 온 터라 이제 와 누가 강제수사를 먼저 시작했는지 선후를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진 상태다.

실제로 계엄수사 초기 검찰이 김 전 장관을 체포하자 경찰은 김 전 장관의 공관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경에 공수처까지 가세해 유사한 영장 신청·청구가 반복되자 법원이 '각 기관 간 협의를 거쳐 조정한 뒤 영장을 청구하라'며 영장을 통째 기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중복조사도 반복되는 등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수사준칙이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검·경 협의를 통해 수사주체와 범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검찰 대 경찰·공수처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검·경 협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하나의 강제수사로 여러 증거와 사람들이 걸쳐 있고 이미 검찰과 경찰의 강제수사도 많이 이뤄졌다"며 "어느 쪽이 이 전 장관 사건을 주도할 수 있냐 따지기 매우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에 우선 검·경이 각자 할 수 있는 수사를 진행한 후 경찰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적용 혐의, 보완수사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경찰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재차 반려한 것처럼 두 기관 간 갈등이 영장 단계에서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검·경이 사전에 조율이 잘 됐다면 수사가 무르익었을 때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도 반려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며 "수사 초기에 한쪽이 수사를 주도하거나 합동수사가 이뤄진 게 아니다 보니 '누가 어떻게 수사를 한다는 것'이 깔끔하게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