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5.2.13/사진=뉴스1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 그간 쓴웃음을 제외하곤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43분쯤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당시 헌재 화면엔 정치인 이름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와 관련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날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조 국정원장 신문에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메모한 정치인 '체포 명단'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해당 메모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4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는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연락받아 수첩에 받아 적은 정치인 체포 대상자 명단으로 알려져 있다. 탄핵 소추 사유 핵심 사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과 조 국정원장은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먼저 조 국정원장은 해당 메모가 총 4가지 종류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국정원장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이 12월3일 밤 직접 작성한 첫 메모 △보좌관 A씨에게 새로 쓸 것을 지시해 작성된 메모 △다음 날 오후 홍 전 차장의 요구에 A씨가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작성한 메모 △이후 보좌관이 쓰지 않은 글씨가 추가된 메모다. 조 국정원장은 이중 네 번째 메모가 홍 전 차장의 주장에 근거가 되는 최종 메모이며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눈을 감고 이 같은 증언 내용을 가만히 경청하던 윤 대통령은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장면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눈을 뜨고 집중했다. 영상에서 김어준씨는 김병기·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 중 메모에 본인 이름 대신 '딴지일보'라고 적힌 것을 보며 "방첩사령관도 딴지일보를 보는구먼"이라고 말했다. 이 때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었다.

해당 메모와 관련된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분주하게 대리인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메모가 헌재 화면에 송출되자 화면을 바라보던 윤 대통령은 대리인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 직후 이동찬 변호사는 재판부에 "이 사건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본인이 잘 안다"며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도 "대리인과 (대화)할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물어볼 수 없냐"며 조 국정원장을 신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상관이 직접 신문하면 부하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원칙을 들며 이를 제지했다.

조 국정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었다. 윤 대통령은 약 18분간 홍 전 차장의 앞선 진술에 반박하듯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분명한 사실은 (홍 전 차장이 해임되기) 벌써 몇 달 전부터 정치적 중립 문제와 관련해 국정원장의 신임을 많이 잃은 상태였고 그걸 저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서 뭘 시켰다고 하는데 그건 격려 차원에서 한 전화일 뿐, 내가 켕길 일이 있었다면 그렇게 바로 해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