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미취학 남매를 키우는 A씨.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남편 B씨와 상의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매진 중이다. 직장에서 썼던 노력을 자녀 양육에 쏟기로 한 A씨는 두 아이의 교육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러나 A씨의 평화롭던 일상은 지방에 살던 B씨의 부모님이 은퇴 후 A씨 부부와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며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B씨의 부모님은 손주들을 봐주겠다는 핑계로 이사를 온 뒤부터 아침식사부터 저녁 식사까지 세 끼 모두 함께 하려 했다. 정작 아이들을 돌보지도 않고 자신들 집 청소와 빨래를 A씨에게 시키기도 했다.

A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도 힘든 상황에 처했다. 혼자 육아를 할 땐 자녀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했지만, 시부모님이 온 뒤부터는 시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야했다. 아이들과 교구를 가지고 놀던 시간도 시부모님 수발을 드느라 사라졌다.

B씨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B씨는 오히려 육아를 도와주시는 시부모님께 육아 도우미 월급에 준하는 용돈을 더 챙겨 드리자는 말로 A씨를 기막히게 했다.

날이 갈수록 시부모님의 횡포는 심해져 A씨에게 모든 잔신부름을 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육아를 도와준다는 생색을 내 A씨를 힘들게 했다. A씨는 결국 시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Q)시부모님과의 갈등으로도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이혼 전문 장윤정 법무법인 차원 변호사는 "가능하다"며 "민법 제840조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부모로부터 매일 가사 일 강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를 이유로 이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부당한 지시를 드러낼 증거를 모으면 좋다. 장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 해당 사실들이 입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부모의 부당한 지시를 담은 대화 내용 녹음이나 문자 메시지 등 증거를 수집해 이혼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므로 증거가 될 수 있다.

Q)이혼에 원인을 제공한 시부모로부터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장 변호사는 "고부갈등으로 이혼하는 경우 그 원인이 된 시부모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부모의 부당 대우가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어져 혼인 파탄에 이르게 됐음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므로, 증거 자료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윤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