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5.1.20/사진=뉴스1

반국가단체에 가입하고 반국가적 서적 등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들이 재심을 통해 35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숙연)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90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A씨와 B씨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판단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들을 무죄로 판단했는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국가보안법위반죄 및 노동쟁의조정법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A씨와 B씨가 1988년 각 지인들의 권유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이하 인노회)에 가입을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A씨는 '통일과 노동자' 등의 문건을, B씨는 '노동조합의 올바른 발전을 위하여' 등의 문건을 소지 및 교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별개로 A씨는 한 주식회사의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노래를 했다는 이유로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재심 판결 전 1, 2심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1989년 피고인들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1990년 피고인들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023년 재심 개시 결정이 나온 뒤 서울고법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A씨 등이 가입한 인노회가 반국가단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가입한 단체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선 "피고인이 해당 문건을 직접 소지했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적성을 인식했더라도 이적 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의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A씨 등이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