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8일 지인의 집에 숨어있는 미집자를 검거하기 위해 출동한 이상경 서울중앙지검 검거팀장/사진=이혜수기자

"힘든 일이지만 사명감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징역·금고형을 선고받고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이하 미집자)를 검거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이상경 서울중앙지검 미집자 검거팀장의 말이다. 그는 "미집자를 잡지 못해 그들이 형을 제대로 안받으면 피해자들의 삶은 풍비박산이 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올해로 검거 업무만 10년째 하고 있다. 그간 잡아들인 미집자만 약 3000명에 달한다. 검거 경험이 많은 만큼 위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 미집자가 물리적 저항을 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동료 수사관은 팔을 물어뜯기기도 했다. 이 밖에 미집자가 자해를 시도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팀장은 작정하고 숨어 지내는 미집자를 찾아내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형 집행 단계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한다. 검거팀은 구속영장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형 집행장'을 들고 검거에 나선다. 형 집행장으로 피고인을 체포, 구금할 수 있지만 함부로 압수나 수색을 할 수는 없다.

이 팀장은 "형 집행장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검거팀이 병원이나 아파트, 동네 식당 등을 가서 상황을 살피려 하면 '압수수색 영장을 안 보여주면 알려줄 수 없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팀장과 함께 일하고 있는 장재우 수사관은 "한번은 고시원에 가 미집자 신원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검찰 사칭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요즘엔 압수수색 영장이 없으면 도움을 주지 않으려 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일, 올해부터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미집자 검거팀은 폭탄을 맞았다. 업무 시간 대부분을 사무실이 아닌 밖에서 보내는데 수사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부터는 식대 등으로 사용하던 소정의 활동비마저 끊겼다는 것이 검거팀 설명이다.

장 수사관은 "예전에는 오전부터 나가 2∼3명의 미집자를 검거하려 다녔는데 이제는 오전에 사무 업무를 본 뒤 5000원짜리 구내식당 점심을 먹고 오후에 검거에 나선다"며 웃어보였다. 이 팀장은 "미집자를 잡기 위해 제보를 받는 것도 중요한데 음료수라도 사비로 사서 가야 제보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되던 '검거수사비'가 사라지면서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검거수사비는 검거한 미집자 수에 따라 1만∼3만원씩 지급됐다. 이 돈을 모았다가 수사비로 사용하곤 했는데 이제는 나오지가 않는다고 한다.

이 팀장은 "일을 하면서 자꾸 사비를 써야 하니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기도 미안하다.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장 수사관은 "팀에 있는 모두가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이다. 충분한 지원이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