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미집행자 발생·집행 추이/그래픽=이지혜

#. 33억원대 사기 범행을 저질러 재판을 받던 A씨가 선고 직전 잠적했다. A씨에게는 징역 8년이 선고됐고 검찰은 A씨 형 집행을 위한 검거에 나섰다. 수개월간 A씨의 차명폰을 추적하던 중 수입차 서비스센터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 인근 아파트 주차장을 수색해 해당 업체 차량 2대를 특정했다. 검거팀은 지하주차장에서 3일간 잠복한 끝에 A씨를 검거했다.

실형이 확정되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자유형 미집행자'(이하 미집자)가 계속 늘고 있다.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선량한 시민들이 추가적인 범죄 피해를 입을 위험도 더 커지고 있다.

수사당국이 미집자를 추적·검거하려 해도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는 등 마땅한 수단이 없어 탐문·잠복 같은 고전적인 수사기법에만 의존하고 있다. 최근 검거대상자의 소재확인과 추적에 사용되는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돼 어려움은 더 커졌다.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금고 또는 징역형을 확정받은 범죄자 가운데 3904명(신수)이 형 집행을 피해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검거하지 못한 2251명(구수)까지 합하면 미집자 규모는 6155명으로 늘어난다. 역대 최고치다.

5~6년 전만 해도 4000명대였던 미집자 규모는 지난해 30% 넘게 늘어났다. 미집자 수는 2020년 4548명이었고 △2021년 5340명 △2022년 5911명 △2023년 6075명 △2024년 6155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들을 쫓는 검찰도 매년 역대 최대 검거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미집자 증가세를 따라잡진 못하고 있다. 2021년까지 2000명대에 머물던 검거자 수는 △2022년 3446명 △2023년 3682명 △2024년 3741명으로 빠르게 늘었지만 발생자 대비 집행률은 간신히 60%를 넘는 수준이다.

미집자 검거 위한 설득·탐문·잠복/그래픽=김현정

미집자들은 텔레그램이나 대포폰을 사용하며 검거망을 벗어나고 있지만 검찰은 잠복 같은 고전기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통화내역 확인과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지만 대포폰 사용자들이 많아 효율은 떨어진다. 한 명의 미집자를 검거하기 위해 15만건의 통화내역을 분석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미집행자가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IP주소가 고시원 등으로 특정되거나 식당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해도 수사당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면 해당 고시원에 누가 거주하는지, 식당이 어느 곳으로 배달을 갔는지 등을 확인해 소재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형이 확정된 미집행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발부가 불가능하다.

현행 형법상 '법률에 따라 체포·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는 도주죄가 성립하지만 미집자는 '체포 또는 구금 전'에 도망쳐 도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즉 형법 위반을 전제로 한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검찰 측은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피의자·피고인에 대해선 압수수색이 허용되는데 유죄가 확정된 미집자에 대해선 허용되지 않는 것은 현행법의 공백이라고 지적한다.

미집자를 잡아들일 수단도 변변찮은데 돈마저 떨어졌다. 검찰은 교통비·숙박비로 사용되는 여비와 탐문·잠복 등 검거대상자의 소재를 확인하고 추적하는 데 특경비를 이용했다. 하지만 올해 관련 특경비 3억3000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검거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검찰은 2022~2024년까지 연간 약 3600명, 매달 약 300명 규모로 미집자를 검거해왔는데 특경비가 삭감된 첫 달인 올해 1월 검거 건수가 217명으로 월평균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 관계자는 "신속한 형집행이 되지 않을 경우 국민들에게 형사사법체계가 온전히 작동한다는 신뢰를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피 도중 추가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수 발생해 국민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미집자는 매년 증가추세이지만 수사경비 예산삭감으로 미집자 검거 건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향후 사회에서 자유로이 활보하는 미집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