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X, 불출석 피고인 발생 추이/그래픽=김현정

징역, 금고형이 확정되고도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이하 미집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판에 불출석하는 피고인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집자 대부분이 재판 단계에서 불출석해 공시송달 절차에 의해 판결이 선고, 확정된다는 점에서다.

공시송달은 피고인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소환장 등을 법원 게시판 등에 게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피고인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법원은 먼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구속영장이 집행되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공시송달 제도를 사용한다.

이에 법원은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이 원활히 이뤄지면 미집자 발생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불출석 피고인에 대해 소극적으로 영장을 집행해 미집자가 줄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형이 선고되기 전 상태의 불출석 피고인들을 미리 잡아들여 재판을 받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검찰은 법정구속을 자제하는 취지의 법원 예규 개정과 법원의 불구속 재판 원칙 등을 미집자 발생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법원은 2021년 1월 '피고인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규정한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 예규 조항을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구속한다'로 바꿨다. 이같이 법정구속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예규가 개정되면서 2020년 173명이었던 법정구속되지 않은 피고인이 지난해 57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징역 3년 이하의 경미한 사건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소송절차 진행, 선고도 가능해 선고 당일 재판에 불출석했다가 외부에서 결과를 듣고 도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피고인 인권을 보장하고자 강조한 불구속 재판 원칙을 일부 피고인들이 도망칠 기회로 악용한 셈이다.

검찰은 불출석 피고인들이 미집자로 전환되지 않도록 집행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지만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토로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 검찰은 경찰에 맡겨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형 집행을 해왔다. 그러나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 해당 업무를 직접 맡아서 하기 시작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의 적극적인 검거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검거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출석 피고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미집자 발생의) 궁극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불출석 피고인이 미집자가 되는 흐름을 막기 어렵다 보니 검찰은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미집자에게 압수수색 등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형 집행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나 기업 등에 자료제공을 요청하지만 상대가 영장을 요구하거나 거부할 경우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2022년 국회에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원과 검찰이 이견을 보이면서 법안 처리가 불발됐다. 법원행정처는 머니투데이에 "형 집행장이 발부된 자의 소재확인을 위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검증을 허용하고 타인의 주거 등에서 수색이 가능토록 규정하는 개정안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거나 별건수사에 악용될 소지가 없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