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측 변호인인 박기웅 변호사가 3월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측이 24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늦게나마 헌재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 총리 대리인단 소속 박기웅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는 이날 오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고기일을 마친 뒤 "직무가 정지된 3개월은 상당히 안타깝고 아쉬운 시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국정 안정과 현재의 글로벌 무역 전쟁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반면 국회 측은 기각 결정에 아쉬움을 보이며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판단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추인단 대리를 맡은 황희석 변호사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파면까지는) 모자란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한 총리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아 지금의 국정 혼란을 가중한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 총리에 대해) 비상계엄의 실질적 실행에 관여했단 구체적 증거가 없어서 헌법·법률을 위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는데, 거꾸로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실행한 주무자는 꼼짝없이 헌법을 위배한 것이고 비상계엄 자체의 영향을 고려하면 이게 얼마나 중대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내부적으로 판단이 섰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재는 한 총리에 대재판관 5인 기각, 재판관 1인 인용, 재판관 2인 각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이 파면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기각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소추의 절차적 요건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각하 의견을,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이 필요하다는 인용 의견을 표했다.

각하 의견을 밝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을 제외하고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를 미리 인지했음에도 국무회의를 여는 등 돕고 방조한 점 △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 회피 등의 국회 측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관 미임명에 대해선 각자 의견이 달랐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의 재판관 미임명에 대해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봤다. 한 총리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기에 재판관 임명 의무가 있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이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파면할 정도로 위법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이에 더해 한 총리의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까지 포괄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해 인용 의견을 냈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권한대행에게 선출 후 즉시 임명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 등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의 요건은 대통령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