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사진=뉴스1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라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용된 경우 사용료는 과세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지급받은 특허 사용료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8일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수원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미국에서 현지 특허관리 전문회사인 A사로부터 특허권 침해소송을 당했다. 두 회사는 2013년에 이르러 화해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SK하이닉스는 5년 동안 매년 160만달러를 A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1월 A사에 그해 약정 사용료 160만달러를 지급하고 법인세 3억1000여만원을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2015년 6월 한미조세협정에 따라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세무서에 법인세 환급청구를 했다. 국내에 등록되지 않고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는 법인세법에서 정한 '외국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무서는 SK하이닉스 측의 경청 청구를 거절했고 SK하이닉스는 결국 소송을 냈다.

특허가 모두 미국에 등록되거나 출원되고 국내에 미등록된 특허라면 그 특허가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됐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원천징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특허권 사용료가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기술을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용'하는 데에 대한 대가라면 이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용료가 단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허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됐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곧바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은 특허가 등록된 국가가 어디인지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해 대법원 역시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이 국외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속지주의란 법의 적용 범위를 영토에 두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판결은 라이선스 대상 특허의 등록지와 관계없이 해당 특허의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했다면 이는 특허의 국내 사용에 해당해 그 사용료는 국내 원천소득으로 국내 과세권이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