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이 경찰 차벽으로 둘러져 있다. /사진=뉴스1

"저 헌법재판소 출입 기자인데요."
"네, 기자증 좀 보여주세요."

4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헌재로 출근하는 길에 이 같은 말을 여섯 차례나 해야 했다. 경찰관에게 헌재 쪽으로 갈 수 있겠느냐고 묻고 기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보여준 뒤에야 통행이 가능했다.

이날 안국역은 지하철이 서지 않고 무정차 통과했다. 헌재에 가려면 가장 가까운 역인 종로3가역에서 내려 걸어가야했다. 그 마저도 헌재 쪽으로 난 4, 5번 출입구는 통행이 제한돼 헌재에서 먼 출입구로 나와 한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낙원악기상가 쪽에는 시민보다 경찰관이 더 많아 보였다. 근처 도로는 전면 통제됐고 헌재 앞 쪽은 차벽과 바리케이드 등으로 막아세워 마치 요새 같았다. 안국역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많이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보였다. 두 손을 꼭 잡은 한 일본인 부부는 이런 광경이 신기하다는 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큰 캐리어를 끌고 헌재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관광객도 있었다. 주변으로 출근을 하는 직장인도 몇몇 있었다.

4일 오전 안국역 인근 모습. /사진=한정수 기자

이날 오전 11시 윤 대통령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관들은 일찍이 전원이 출근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오전 7시가 채 되지 않아 헌재에 등장했고,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문형배 재판관이 가장 늦게 나왔다. 일부 재판관들은 취재진에게 목례를 하기도 했다. 재판관들은 이날 선고 직전까지 평의를 이어가며 최종 결정문 수정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자정부터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갑호비상은 경찰 경비 비상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다. 경찰은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여명을 동원한다. 그중 62%인 210개 부대 소속 1만4000명을 서울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경찰은 특히 헌재 주변 반경 150m를 진공상태로 유지한다. △국회 △외국 대사관 등에도 경력을 추가로 배치해 경계를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