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2025.5.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전세사기 등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는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실무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최환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강당에서 '양형기준의 이해'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를 진행하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최 위원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전세사기 등의 처벌기준 강화가 10기 양형위원회(2025~2027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검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일반 사기죄의 법정형·경합범 규정으로는 여러 명에게 소액씩 사기 치더라도 중형이 어려운 구조가 있다"며 "동종경합범 특칙 등을 활용해 '피해액 합산' 기반으로 처벌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유형 분류를 두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를 비롯해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기 범죄를 실효성 있게 처벌하자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현재 형법상 사기죄는 여러 명에게 소액씩 반복해 피해를 입혀도 포괄일죄나 경합범 규정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구조금·공탁을 통한 피해회복의 인정 범위도 양형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최 위원은 "지난해 문제됐던 사안 중 하나가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구조금을 받은 것이 곧 피고인의 반성이나 피해회복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법률상 의무로 지급한 구조금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만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제3자(국가·보험사 등)로부터 피해금이 변제됐다는 이유로 법원이 이를 피고인의 적극적 배상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은 또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해당 비용을 대신 변제했을 때는 반성이나 피해회복 노력으로 어느 정도 참작될 여지는 있으나, 그마저도 피해자 측 입장을 더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탁만 해두고 피해자와 전혀 소통이 없는 경우 실질적인 피해회복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최 위원은 "양형위는 국민적 공감대, 실무 통계, 피해자·피고인 양측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 지속해서 기준을 수정·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위는 다음 달 23일 진행될 예정인 10기 위원회 회의에서 범죄유형별 중점 과제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향후 2년간 개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2007년 신설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사법부 내에서 '형사 재판의 형량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해서 연구·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독립적 기구다. 위원장(대법관) 1명과 상임위원을 비롯한 13명의 위원으로 이루어졌다.

양형기준 자체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판결에서 기준을 벗어날 경우 이탈 사유를 판결문에 기재해야 한다. 현재 일선 법원 판사들이 약 90% 이상 준수하고 있어 실무상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