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사법개혁'으로 시끄러운 대선이었다. 후보자 모두가 사법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앞으로 새 정부가 검찰·법원 개혁 과정에서 비판을 적절히 수용한 중립적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면 강한 진통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선거가 3일 끝나면서 법조계는 새 정부의 사법 개혁이 정치적 방향성 없는 개혁안이 되길 바라는 염원이 나온다. 이전 정부들에서도 모두 엘리트주의 법원과 정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이번 사법 개혁은 그 양상이 다를 수 있단 의미에서다.

앞서 대법원은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지난 5월1일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주장해오던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법원의 판단 역시 불신 대상이 됐다는 평가다. 검찰 조직의 과한 힘을 빼고 사법부의 정치적 개입을 막도록 법원 조직을 개편하자는 게 민주당 측 계획이다.

검찰 개혁의 경우 먼저 검찰청이 가진 수사권이 어떻게 조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법조계에선 현 검찰청이 기소만 전담하는 이른바 '공소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은 6대 범죄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조정했는데 '경찰 권한이 과도하게 커졌다', '검찰의 훈련된 수사력을 낭비하는 정치적 개혁'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척진 것도 이 시점이다. 게다가 분리된 수사권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 사이에서 어떻게 조정할지도 과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순수하게 수사에 열중하는 검찰도 항상 있다"며 "기업 사건 등에선 검찰이 베테랑인데 이런 장점을 살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경찰 시험에서는 형사소송법과 형법 위주로 공부하기 때문에, 조세법·민법 등도 함께 공부한 검찰이 복잡한 경제적 쟁점을 풀어야 하는 기업 사건에서는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단 평가다.

대법관 정원 확대를 통한 조직 개편 여부도 쟁점이다. 현행 14명인 대법관 수를 늘리려면 재판연구관 수도 함께 증원돼야 하므로 법원 조직 전반에 손대는 게 불가피하다.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하는 이른바 '재판소원' 법이 개정되면 헌재가 사실상 최고 법원 역할을 맡게 된다. 대법원의 상고심에 불만을 가지면 헌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실상 4심제가 된다는 뜻이다. 법 개정에 따라 현행 사법 체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다만 섣부른 사법 개혁을 내세웠다가 반발에 부딪혀 동력만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선 기간 중 민주당 측은 '대법관 100명 증원', '비법조인의 대법관 임명' 법안으로 개혁안을 내세웠다가 거센 반발에 철회했다. 대법관 수가 일정 수 이상 늘어나면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3분의2가 모여 여는 전원합의체 재판을 여는 게 불가능해진다. 또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내세울 경우 정치적인 성격이 있는 비법조인이 임명돼 역으로 대법원이 편향성을 띨 수 있다.

한 부장 판사는 "사법 개혁의 방향에 대해 법조인들도 내부적으로 많은 고심을 해왔고 수사권 조정이나 재판소원을 찬성하던 법조인들도 분명히 있어왔다"며 "다만 그 방향성이 정말 사법 체계를 바르게 하기 위함인지 혹은 한 정권의 정치적 방향성에 맞춰 급속하게 바뀌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