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사용처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교비회계에서 학교 관련 소송 비용을 사용한 경우, 일반적으로는 횡령 혐의가 성립하지만 대학 운영 또는 교육 목적의 소송에 교비를 사용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구 전 세종대 총장에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신 전 총장은 2012년 7월~2017년 10월 9건의 민·형사사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위해 교비회계에서 8억8100만원을 지출한 혐의로 2018년 5월 기소됐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등록금 등을 포함하는 교비회계 자금은 같은 법 시행령에 정한 학교 운영 경비, 연구비, 장학금 등 세출 항목 외에는 전출·대여 등이 금지된다.

해당 재판 쟁점은 신 전 총장이 사용한 소송 비용이 교비회계로 지출할 수 있는 '학교 운영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신 전 총장의 행동이 위법하다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은 "소송비용은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경비"라며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도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9개 사건 중 2개 사건의 소송비는 교육 관련 경비로 볼 수 있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법인이 매수한 건물을 임차인이 임대 기간 만료 후에도 반환하지 않자 소송한 건에 대해선 "이 건물은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등록됐고 강의실 등으로 사용 중이었으므로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라 볼 수 있다"고 봤다.

세종대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유물 소유권을 다투는 소송에 대해서도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궁극적으로 학교 교육의 본래적 기능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필요한 비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사립학교법 위반죄나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