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07.09./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등 관련자들을 연달아 조사한다. 윤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사건 관련 군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화를 냈다는 'VIP 격노설'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14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 전 비서관을 오늘 오후 2시에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11일 문제가 된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김 전 차장을 시작으로 VIP 격노설의 배경이 된 당시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관련자들을 연달아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정 특검보는 "그날 회의에 참석했던 참석자들의 조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 주는 회의 참석자인 이 전 비서관,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3차장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차장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회의록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이뤄진 보고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퇴임을 앞둔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조사해야 된다고 판단은 하고 있으나 아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VIP 격노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부임 및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연루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이 조 장관을 소환할 경우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채 해병을 비롯해, 해병대원들에게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한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고 알렸다. 정 특검보는 "물에 빠져서 사망할 뻔한 당시 장병도 특검에 와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갔다"며 "과실치사상 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채 해병 특검팀은 지난주부터 대대적인 강제수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 특검보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사건과 관련, 피의자 및 참고인 사무실 및 주거지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며 "휴대폰 30여대, 컴퓨터·하드디스크 10여개 등을 압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이 휴대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검에 의뢰해 전자정보 획득을 위한 추가 포렌식 작업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압수물 분석을 통해 증거물 분석하고 관련자들 조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압수한 물품 증거는 타 특검팀에서 필요로 할 경우 협의를 거쳐 전달할 예정이다. 김건희 특검팀과 겹치는 핵심 피의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선 아직 공유되지 않은 상태다.

'VIP 격노설'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이 채 해병 사망에 책임이 있단 내용의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단 것이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같은 사안을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참석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수석비서관 회의 이후 이 전 장관이 김 전 사령관에게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