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 6월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2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된 기업의 총수들을 불러 조사한다. 김 여사 개인 비리에서 출발한 수사가 재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14일 오후 특검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184억원을 투자한 기관과 회사 최고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번주부터 진행한다"며 "1차로 한국증권금융·HS효성·카카오모빌리티·키움증권 측에 소환 통보했다"고 밝혔다. 소환 대상은 김 창업자·조 부회장·김 전 회장·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다. 소환일시는 오는 17일 오전 10시다.

'집사 게이트'란 대기업·금융사들이 김 여사 일가의 '집사'를 자처한 김모씨와 관련있는 IMS모빌리티 등에 180억원 안팎의 돈을 투자·협찬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굳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투자를 받을 당시 IMS모빌리티는 누적 손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앞서 IMS모빌리티에 전달된 투자금 중 46억원 상당이 이노베스트라는 기업으로 흘러간 정황이 파악됐는데 김씨의 아내 정모씨가 해당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최근 정씨를 출국금지했다. 이노베스트는 당초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김씨 지분 전량을 2022년에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집사 게이트 수사는 원활하지 않다. 핵심 피의자 김씨는 국외로 도피했다고 알려졌을 뿐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정씨 역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오 특검보는 "김씨는 즉각 귀국해 수사해 협조하기를 바라며 이노베스트 차명보유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김씨 아내 역시 특검에 소재를 밝히고 출석해 조사받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 국토부 장관실 압수수색… 삼부토건 주요 피의자는 구속영장 청구 예정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양평고속도로 사업 당시 용역을 맡았던 동해종합기술공사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14일 서울 강동구 동해종합기술공사 고덕 신사옥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와 별개인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 국토교통부와 용역업체 동해종합기술공사 등 10여곳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장소로 국토부 장관실도 포함돼 있다. 오 특검보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압수물 분석과 함께 빠른 시일 내로 관련자 소환조사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국토부가 고속도로 노선 종점을 돌연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땅인 경기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했다는 내용이다. 강상면에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등 일가가 29필지, 1만여 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 전 장관은 의혹 제기 당시 국토부 장관이었고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노선 변경을 제안한 인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현재 출국 금지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오 특검보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검은 압수수색 후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1차로 이날 주가조작에 관여한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와 디와이디·이석산업개발 등 회사 6곳과 피의자 주거지 7곳 등 총 1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4일엔 이응근 삼부토건 전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이어 특검팀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정창래 삼부토건 전 대표를 차례로 불렀고,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도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