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 및 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외환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조사했다. 다만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을 외환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 아닌 제3자의 내란 방조 혐의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노 전 사령관과 우선 신뢰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4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제3자의 내란 방조 혐의와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다만 내란 방조 의혹를 받는 제3자가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박 특검보는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 수사를 통해 나온 제3자"라며 "어떤 시기에 항상 (노 전 사령관이) 어떤 사람과 통화를 했다고 하면 이 사람이 (내란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상 이런 사람들은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소환 조사에서 외환 혐의와 관련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박 특검보는 이날 조사 중 외환 의혹과 관련한 조사도 진행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어보려면 물어볼 수 있지만, 조사 출석 전 명시적으로 노 전 사령관 측에서 외환 관련 조사는 어떤 진술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진술을 이끌려면 '라포르'(신뢰관계) 형성이 필요한데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일단) 라포르 형성에 주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예비역 신분으로 현역 군 지휘부를 경기도 한 패스트푸드점으로 불러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이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혐의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김 전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12월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북의 침투로 인한 일제 정리'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총 60~70쪽 분량에 해당하는 수첩을 외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구속 수감 중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전 장관의 구속 영장에는 이른바 '안가 회동'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영장에 쓰여있지 않다고 해서 구속 영장 청구 전에 조사를 안 한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조사됐다"며 "추가적인 조사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분은 일정, 계획 따라서 추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누구를 언제 부를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 안 됐다"고 했다. 안가 회동이란 이 전 장관 외에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 모여 계엄 후속 대책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