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도피출국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 받는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11/사진=뉴스1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통한 범인 도피 의혹과 관련해 이재유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11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이 전 본부장은 2024년 3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될 당시 출국금지 심의위원장이었다. 출국금지 해제 심의 의결이 이뤄진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실장에 대해선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호주대사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사이에 주고받은 연락이나 지시사항 등에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과 조 전 실장 모두 피의자 신분이다.

이 전 본부장은 이날 취재진에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고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그 전에 대통령실과 외교부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채 해병 사건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것이란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 전 장관 범인 도피 의혹은 2024년 3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무부와 외교부 등을 통해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범인 도피 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채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등 직권남용 혐의 주요 피의자로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음에도 인사 검증 및 적격 심사 절차에서 아무 문제 없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스1

특검팀은 오는 12일 오전 9시30분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정 특검보는 "국가안보실 2차장이던 임 의원이 당시 국방부와 해병대, 대통령실 관계자 등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다.

예비역 육군 소장 출신인 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안보실 2차장을 지내며 윤 전 대통령의 군사·안보 보좌를 맡았고 이듬해 4월 22대 총선에 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임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엔 개인 휴가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해병대 수사단이 채 해병 사건을 이첩한 2023년 8월2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비롯해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임 의원을 대상으로 채 해병 사건 이첩 기록 회수에 관여했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오는 13일 오전 9시30분 채 해병 사건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표적 수사했단 의혹을 받는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을, 같은날 오후 1시30분 박 대령을 수사 및 기소한 염보현 군 검사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정 특검보는 "국방부 검찰단은 2023년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긴 채 해병 사건기록을 무단으로 가져갔고 박정훈 단장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해 수사했다"며 "이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행위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군 검찰단이 작성한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에서 고의로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대상으로 과실치사상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피의자로 불러 대면조사에 나섰다. 임 전 사단장은 출석 길에 기자들을 만나 "박 대령이 스스로 인정한 바와 같이 김 전 사령관의 묵시적 동의하에 채 해병 사건으로 악화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단장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저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석 변호사와 만났단 최근 보도에 대해선 "일면식·만남·통화는 사실이 아닌 허위"라며 "특검에서 이미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폭우 수해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에게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중수색 작전을 지시해 채 해병을 순직하게 했단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로 임 전 사단장의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