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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겠다. 위 사진 속 비닐하우스의 용도는 무엇일까?
정답은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그렇다면 이주노동자들은 위 숙소에 살면서 숙식비로 얼마를 낼까?
정답은 인당 월 39만원.
당신이라면 월 39만원을 내고 저런 곳에서 살 수 있겠는가. 나는 저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 하물며 그렇게나 많은 돈을 내고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니까 많은 돈을 주고 저런 곳에서 살아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주노동자들, 특히 농업 분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2013년에 국가인권위원회 프로젝트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했을 때 현장 답사를 하면서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농업 이주노동자 중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 산다는 비율이 85%를 넘었다. 화장실을 예를 들면, 화장실이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는 응답자가 있었고, 노동자가 30명인데 화장실이 1개밖에 없다는 응답자도 있었고,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농장의 외진 곳에 구덩이를 파고 대소변을 본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여성은 성적 취약성 때문에 남성보다 더 큰 불편과 불안을 느낀다. 설문에 응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바로 옆이 남자 방이다. 욕실도 같이 써야 한다.", "남녀 숙소가 방만 분리되어 있고 같은 컨테이너 안에 있으며 화장실도 같이 사용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안에 합판으로 만든 가건물에 산다. 남녀 숙소는 같은 건물 안에 합판으로 칸만 분리되어 있다." 등으로 숙소에 대한 불안을 표현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런 사정을 용인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숙식비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이주노동자용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숙박시설 제공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숙박시설의 유형란에는 ”아파트, 단독주택, 아파트 또는 주택에 준하는 시설“ 말고도 ”그 밖의 임시 주거시설“이 명시되어 있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를 염두한 문구다.
또 예전에는 관행적으로 사용자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 왔으나, 2008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숙식비를 이주노동자가 부담할 수 있게끔 법 개정을 추진하였고 그 일환으로 이주노동자용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기숙사비 지급 유무"란을 명시하였다.
그 결과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기숙사비 공제를 활용하고 있다. 원래 지급해야 할 임금에서 기숙사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공제한 후 차액만 이주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임금 전액 지급 원칙(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반하는 일방적인 임금 공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진정을 하면 고용노동부는 '어차피 내야 할 기숙사비인데 왜 이렇게 따지냐'는 취지로 돌려보내기 일쑤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기숙사비를 책정했고, 이주노동자는 동의한 적이 없고, 심지어 기숙사비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임금 공제를 당했다는 사정은 살피지 않는다. 임금을 덜 주기 위한 수단으로 기숙사비 공제가 활용되고 있는 사정은 살피지 않는다.
사업주에게만 맡겨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주거시설이 부족한 농촌에서 쾌적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사업주에게도 큰 부담이다. 주거기본법의 제정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주거환경 정비 및 주거급여 지원의 의무가 생긴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또한 입주 가사사용인의 숙식비는 임금의 10%를 넘을 수 없다는 해외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숙식 무료 제공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숙식비 공제 한도와 숙식비 결정 방식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윤지영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민, 청소년, 비정규직, 중고령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감은 국내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비영리변호사단체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나의 '상식'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세상을 지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