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에서 연일 '불법시위'…대책은 없나

맞춤형 가구를 디자인해 생산하는 A기업 게시판에 직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유명한 블랙컨슈머 일가가 회사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덕기업이니 도둑놈이니 낯뜨거운 표현이 적힌 피켓이 회사 길목을 도배하고 있어 직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표이사의 사진과 실명도 여과 없이 피켓에 담겨있다. 무엇보다 한참 업무에 집중할 시간에 확성기를 통해 터져 나오는 온갖 험담과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회사 중역들도 이대로 지켜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은 상태다.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이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인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란 다수의 사람이 특정한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회합하는 자유를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시위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본권 행사에는 제한과 책임이 뒤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등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기본권 행사에 기초한 것이라 할지라도 처벌 등 법적 책임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단으로 피켓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피켓의 내용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해 법적 기준에 따라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먼저 사실 내용을 전제로 하지 않은 개인들의 순수한 의견이나 논평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사실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했거나 사실 내용을 암시해 특정인이나 집단의 사회적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라면 명예훼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만 위법성이 없게 된다.

A기업의 언급된 내용으로만 단순히 판단했을 때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라기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표현수단으로 보인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길목에서 A기업과 대표이사의 사회적 위치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시위를 벌였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확성기 등을 통해 벌인 행위도 따져봐야겠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2014년부터 소음기준이 강화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불법시위가 피해 업체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종결되지 않는다면 법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먼저 피해를 입은 기업은 시위현장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표현이나 행동 중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다면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간접강제금이란 가처분이나 금지청구 본안판결 등을 통해 인용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일종의 손해배상금으로 민사상 강제집행의 한 수단이다. 위반이 있는 날마다 누적돼 집행되므로 불법행위를 범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압박이 되며, 이를 통해 불법행위를 금지하는 명령이 실효성을 갖게 된다. 나아가 물품훼손이 있거나 오랜 기간 영업방해 행위 등이 지속돼 재산적인 피해가 현실화되고 심각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법무법인 전문 대표인 권성은 변호사(연수원 37기)는 과거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기업과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M&A거래와 여러 유형의 기업 자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 앞에서 연일 '불법시위'…대책은 없나

[the L] 위법성 증거 확보해야…명예훼손·영업방해 드러나면 가처분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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